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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수원 참여 불가리아 원전 입찰경쟁 '러-미-프 동맹' 중요변수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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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수원 참여 불가리아 원전 입찰경쟁 '러-미-프 동맹' 중요변수 떠올라

러시아 로사톰, 장비공급 후보군 프랑스 프라마톰·미국 GE와 벨레네 원전수주 컨소시엄 MOU 체결
"러 의존도 낮춰라" 미·EU 압박에 불가리아 정부 3국동맹 막후역할...한수원·中CNNC 대응전략 관심
2019년 8월5~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동유럽 8개국 원전관계자를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8월5~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동유럽 8개국 원전관계자를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불가리아 '벨레네(Belene)' 원전사업이 유력 경쟁국인 러시아의 '러시아-미국-프랑스 연합전선 구축'으로 중대한 변수를 맞았다.

벨레네 원전사업은 불가리아의 두 번째 원전사업으로, 불가리아 북부 다뉴브 강변 벨레네 지역에 총 2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100억 유로(약 13조 4000억 원) 규모다.

한국, 러시아, 중국, 미국, 프랑스가 최종 5개 후보국으로 선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러-미-프 연합'은 한수원에게 '외로운 싸움'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뉴스매체 '노티시아스 우르바나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회사 로사톰(Rosatom)은 불가리아 벨레네 원전사업 공동 수주를 위해 지난 18일 프랑스 프라마톰(Framatome SAS), 미국 GE스팀파워(General Electric Steam Power)와 협력을 위한 컨소시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8일 테메누츠카 페트코바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이 의회에 보고하면서 알려진 MOU 체결 소식에 따르면, 키릴 코마로프 로사톰 국제사업 담당 부회장, 프레드릭 렐레브레 프라마톰 부사장, 마이클 케루얼 GE스팀파워 사장이 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명했다.

MOU는 로사톰, 프라마톰, GE스팀파워 3사가 벨레네 원전 건설사업을 위한 최종 전략적 투자자 선정 과정에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로사톰이 최종 전략적 투자자로 선정되면, GE는 발전소 터빈과 엔진실 장비를, 프라마톰은 벨레네 원전의 자동화와 제어 시스템(I&C System)을 각각 공급하는 역할 분담이다.

외신에 따르면, 로사톰의 코마로프 부회장은 "3개 회사의 국제적 협력을 통해 벨레네 원전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한 긍정적인 금융·기술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페트코바 장관도 의회 보고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가 이들 3개사 컨소시엄 합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하며, "3개 후보 회사간 협력은 최종 전략적 투자자 선정 과정이 매우 경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말해 불가리아 정부도 3개사 연합을 환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불가리아 정부는 로사톰, 한수원, 중국 핵공업집단(CNNC) 등 3개사를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프라마톰과 GE를 장비 공급업체 후보로 각각 선정했다. 최종 후보 5개사 중 한수원과 CNNC를 제외한 3개사가 동맹을 맺은 셈이다.

로사톰은 이미 헝가리의 팍스-2(Paks-2) 원전사업과 핀란드의 한키키비-1(Hankikivi-1) 원전사업 등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에서 프라마톰, GE와 협업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로사톰과 GE는 터키의 아쿠유(Akkuyu) 원전사업과 이집트의 엘 다바(El Dabaa) 원전사업에서도 원전장비 공급을 위해 로사톰-GE 합작회사 설립 등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불가리아 첫 원전인 '코즐로두이 원전'은 지난 1980년대 옛 소련이 건설해 현재 운영 중이며, 벨레네 원전사업 역시 지난 2006년 로사톰이 수주해 계약체결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라는 미국과 유럽연합(UE) 등 서구권의 압박으로 불가리아 정부는 로사톰에 약 8000억 원의 위약금까지 지불하며 계약을 취소했다.

따라서, 이번 '러-미-프 연합'은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라는 미국과 EU의 압박을 수용하면서도 전통적 에너지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의 기득권을 반영하려는 불가리아의 절충안이자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당초 로사톰, CNNC와 함께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선정된 한수원의 입장에선 로사톰 중심의 '러-미-프' 3국 컨소시엄이 최종 입찰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수주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3개국 연합팀에 맞서 한국(한수원)과 중국(CNNC)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어 대응하는 시나리오가 그 중의 하나이다.

한편, 불가리아 정부는 지난 4월 말까지 3개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부터 '구속력 있는 제안서(Binding Offer)'를 제출받을 예정이었으나,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일정이 연기됐다. 불가리아 정부는 이같은 원전사업 연기가 코로나19에 따른 지체일 뿐이며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