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아파트 경비노동자 갑질피해 근절" 고용안정·처벌 강화에 한목소리

공유
2

"아파트 경비노동자 갑질피해 근절" 고용안정·처벌 강화에 한목소리

민주당 천준호 의원·을지로위원회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익보호 토론회' 개최
고용부 "장기근로계약 유도 정책 검토", 국토부·경찰청 "연내 개선안 마련"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 4번째)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 4번째)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 가해지는 입주민의 갑질 피해를 막고 권익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정치권의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 말까지 관련법 개정과 정책지원 움직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공동 주최,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공동사업단) 주관으로 열린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 안정과 권익 보호를 위한 토론회'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따른 '을'의 입장에서 일부 아파트 입주민의 안하무인식 '갑질' 횡포'를 감수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근무 실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익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인된 자리였다.
토론회에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등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참석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축사를 보내는 등 정부와 여권의 큰 관심도를 드러냈다.

천준호 의원은 "아파트 경비원은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의미에서 흔히 '고·다·자'로 불리고 있다"며 경비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탄하며,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법제도 정비와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오주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남도회장은 입주민의 갑질이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피해를 실효성 있게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경남도회장은 "최근 사태의 본질은 갑질 문제"라며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에 규정된 '부당간섭'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부당간섭 발생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해 '부당간섭을 금지한다'고 선언하는데 그치고 있는 기존 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파트 관리종사자들이 갑질 피해를 신고할 곳이 마땅치 않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주택 근로자 인권침해예방센터'를 신설하고, 기존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대상에 일반분양아파트도 포함시킬 것을 오 경남도회장은 제안했다.

갑질발생의 근본원인은 초단기계약에 따른 고용불안 때문이므로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대표는 "6개월, 3개월, 심지어 한 달 단위 계약도 존재한다"고 경비노동자의 취약한 노동계약 입장을 지적한 뒤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못하다보니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부당한 지시나 갑질을 당해도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행법에서 근로계약기간은 노사간 자율에 맡겨져 있다. 즉, 법률로 단기계약을 규제하기보다는 정책지원을 통해 장기계약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었다.

남우근 공동사업단 연구위원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대상에 공동주택 경비원을 포함하고, 근로계약기간 1년 미만 경우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면 추가 예산소요 없이 아파트 사업장의 단기계약을 근절하는데 직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오영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근로계약을 장기로 맺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을 내부에서 검토하겠다"며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정부가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공동주택 특성상 입주민과 경비근로자 간 '고용-피고용 관계'가 모호한 만큼 관련 법령의 정비가 뒤따라야 목소리도 나왔다.

남우근 연구위원은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인건비를 입주민이 부담하다보니 입주민은 '사용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입주민 갑질문제를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상의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항으로 다루기보다는 근로기준법 제76조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으로 규율해 아파트 입주민을 '사용자에 준하는 자'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같은 남 위원의 제안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근로계약 주체가 당사자들이 아닌 인력용역업체와 아파트입주민단체라는 점에서 고용인(사용자)와 피고용인 관계가 성립되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앞으로 경비노동자, 인력용역업체, 입주민대표기관 간 관계 재정립 등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입주민의 입장을 대변해 참석한 김원일 사단법인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입주민-경비근로자 자율조정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층간소음 분쟁에 조정역할을 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층간소음 분쟁이 많이 감소했다"고 언급하면서 "경비 근로자 갑질피해도 층간소음 문제와 같이 입주민과 경비노동자 간 다툼을 조정할 수 있는 단지 내 조정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파트 경비 근로자의 업무는 경비업법상 도난·화재·혼잡 위험방지 등 강도높은 경비업무라기보다는 단지 내 경비, 유지·보수, 청소·소독, 쓰레기 분리, 행정업무 등이 주를 이루는 만큼 참석 토론자 대부분은 '경비원'이라는 명칭보다는 '공동주택관리원'으로 재정의하는 관련법을 정비하자는 데 공감했다.

이같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권익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에 참석한 이유리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과 이재영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은 국토부, 고용부, 경찰청 등 관련기관 간 협의를 거쳐 공동주택관리법, 경비업법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