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나 소화불량 등 단순 생활질환으로 치료를 받아도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등 보험사들이 가입 심사 기준을 높이자 금융감독원은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계약심사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을 가입할 때 계약자들은 3개월 내 치료 경험, 1년 내 '추가검사 필요 소견' 여부, 5년 내 중대질환 진단 혹은 입원·수술 치료 여부 등을 알려야 한다.
보험사는 이들 고지사항과 건강진단 결과를 근거로 가입 심사를 하고, 감기 등 심각하지 않은 질환으로 진료받은 기록만으로 가입을 거절하는 지침을 개선하기로 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최근 2년 내 실손보험금을 수령한 경우 가입할 수 없도록 심사 기준을 높여 운영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년간 수술, 입원, 장해 등으로 받은 보험금이 전 보험사를 합해 50만 원을 넘지 않아야만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 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최근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교보생명은 2년 내 소화불량, 감기 등으로 진료를 받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내역이 있는 경우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이에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4세대 실손보험이 지난달부터 판매되고 있으나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된 후 한 달간 판매량이 이전 3세대 상품 시기와 비교해 절반 미만 수준으로 위축됐다.
4세대 실손보험은 진료비 자기부담 비율이 3세대 상품보다 높고, 비급여 이용량이 많으면 보험료가 300%까지 할증돼 병원을 자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경우 6월까지 3세대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7월 이후 신규 가입자는 새 실손보험만 가입 가능하다.
기존 가입자도 비급여 진료 보장범위 축소 등 4세대 실손보험을 기존 상품보다 불리하다고 여기면서 유인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 초기로 기존 상품과 달라진 점이 많다보니 아직 가입에 신중한 고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신규 가입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를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할만한 유인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