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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포르투갈, 업무시간 외 연락 벌금 1억…재택근무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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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포르투갈, 업무시간 외 연락 벌금 1억…재택근무법 '논란'

선진국도 시도못한 파격적 내용 담아 실효성에 '의문'

지난해 5월 25일(혅시간) 포르투칼 수도 리스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손님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5월 25일(혅시간) 포르투칼 수도 리스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손님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로존 직장인들 사이에서 포르투갈이 최근 통과시킨 이른바 ‘재택근무 보호법’이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 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 정해진 재택근무 시간 외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취하는 행위까지 불법으로 규정한 조항이 담겨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 법이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실효성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보다 한참 앞서 있는 경제 선진국들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 맞는 법인지에 대한 의문 제기에서부터 시작해 법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회의론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것.

초과 근무에 대한 규제 대폭 강화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회는 업무 시간 외 근무를 비롯해 근로자의 초과 근무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내용의 노동 관련 법안을 이달초 통과시켜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제가 널리 확산된 결과 근로자들이 업무 시간 외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속해 있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회사 운영상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정규 근 시간 외에 회사에서 사원들에게 전화로든, 문자로든, 이메일로든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사용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만유로(약 1억3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포르투갈 국회에 따른면 이 법은 재택근무제의 확산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필요 이상으로 부리는 문제를 막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외신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서도 방법론상 차이는 있을지언정 재택근무제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대체적으로 입법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포르투칼처럼 강력한 재택근무 보호법이 발효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외신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는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업무 시간 외에 업무 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돼왔지만 포르투갈은 규제를 넘어 벌금까지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사례”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률적 규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 커


그러나 이 법률은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과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업무 시간 외에 일을 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유로존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태료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반발이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업무 시간 외에 연락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시킨 것뿐 아니라 자녀를 기르는 부모 직장인에 대해서도 업무 성격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경우라면 재택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도 기업들이 이 법률에 대한 반발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인 근무 방식을 법률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것.

포르투칼 최대 재계 이익단체인 포르투칼경제인연합회(PBC)는 “똑같이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업무에 따라 업무의 성격과 업무 시간이 다를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회사와 근로자간 협의를 통해 풀어갈 일을 법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기업뿐 아니라 포르투갈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수도 리스본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안드레이아 삼파이오는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규제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 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 금지된 것에 대해서도 “급한 일이 있을 때는 회사와 연락을 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사안에 따라 접근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삼파이오는 이어 “근로자를 보호한다는게 법의 취지지만 오히려 이 문제로 회사와 이견을 빚는 과정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걱정을 하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듯이 이 법의 문제는 (규제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제대로 시행이 될 수 있을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