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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주춤한 '피벗' 기대감···원·달러 환율, 1423원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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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주춤한 '피벗' 기대감···원·달러 환율, 1423원 출발

31일 원·달러 환율 1423.0원 출발, 전일比 1.5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에서 상승세다. 이는 각종 물가 지표가 상승 흐름을 보이며, 고조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정책방향 전환)' 기대감이 일부 무산됐기 때문. 특히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고수로 인해 엔화가 약세흐름을 보이며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5원 상승한 1423.0원에서 출발했다.
전일 1423원으로 상승 출발한 환율은 해당 지점을 중심으로 보합권 움직임을 보였으나, 오전 중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 유입으로 141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결제를 위한 저가매수 등의 영향으로 반등, 상승폭을 넓히며 1420원대에서 최종 마감했다.

이날 환율 상승세의 주재료는 다시 고개를 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 그리고 엔화의 약세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PCE 지수는 개인이 소비한 모든 물품의 평균 가격 인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연준이 물가 추이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지수가 전년 대비 5.1% 상승, 예상치(5.2%)를 소폭 하회했다. 다만 전월 상승폭(4.9%) 대비 확대된 만큼 물가 상승 압박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다만 9월 개인소비지출은 예상치(0.4%)를 상회하는 0.6%를 기록, 소비수준 자체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연준의 고강도 긴축의 무게추가 다시 긴축에 쏠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1~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현재 80.3%로 나타났다.

또한 12월 연속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44.3%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46.9%)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내년 최종금리 수준도 5% 수준에 맞춰진 상태다.
이에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4.414%로 전일 대비 3.28% 상승했다. 또한 10년물 금리 역시 4.012%로 2.39% 상승하며 4%대를 재돌파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달러인덱스는 110.63으로,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역외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47.97엔에 거래되고 있다. 당초 엔화는 지난 21일 달러당 152엔을 돌파하며 절하됐지만, 일본 정부의 개입 등으로 다음날 146엔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다시금 149엔을 돌파하자 일 정부는 재개입, 엔·달러 환율은 다시 145엔 선으로 떨어뜨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주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제로 금리 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상한 없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기로 한 것. 이로 인해 엔화가치는 또 다시 절하됐고 이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에 이날 환율은 1420원 중반을 횡보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PCE와 근원 PCE에 큰 서프라이즈는 없었지만, 근원 PCE의 견고한 상승 흐름은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재차 부각시킬 요인이 될 것"이라며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긴축 경계심이 재차 불거지며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의 피벗 기대감에도 여전히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피벗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다면 일시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지만 재차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 고수로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고, 위안화 약세 기대도 계속되면서 달러 강세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며 "장중 위안화 움직임이 변수가 되겠으나 주말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역외 롱플레이도 다시 활성화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