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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 2024 대선 구도 급변…트럼프 '침몰' 디샌티스 '급부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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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 2024 대선 구도 급변…트럼프 '침몰' 디샌티스 '급부상' 이유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20% 표차이 압승…트럼프 대항마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론 디샌티스(44) 미국 플로리다주지사가 2024년 공화당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8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 선거에서 20%가 넘는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 자리를 굳혔다. 공화당 진영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디샌티스이고, 최대 패자는 트럼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는 8일 CBS 방송에 출연해 “디샌티스가 오늘 밤 승자이고, 트럼프는 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샌티스와 트럼프는 아직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차기 공화당 주자로 트럼프와 디샌티스가 1, 2위를 다투며 물밑 경쟁을 해왔다.
8일 (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의 재선 축하 파티에서는 지지자들이 ‘2년 더’(two more years)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는 주지사 임기는 4년이지만, 그가 2년 뒤에 대선에 출마하려면 2년만 더 주지사를 하라는 뜻이다. 디샌티스의 화려한 축하 파티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자신의 플로리다 저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간단히 인사말을 했다.

중간 선거를 계기로 차기 대권 주자로서 트럼프의 입지가 흔들리자 잠재적인 주자들이 대선 도전 야심을 드러냈다. 공화당 출신의 흑인 상원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이 선거 승리 연설에서 “내 연로한 할아버지가 유색 인종 출신의 대통령이 다시 한번 나오기를 기다린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도 폭스 뉴스에 출연해 대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에서 중간 선거는 현직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번에 선거전의 전면에 나서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WP가 지적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간 대결에서도 다시 한번 트럼프가 고배를 마셨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이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이번에도 최소한 공화당 진영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WP에 따르면 현직을 제외하고,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상원과 하원의원 후보 중에서 82%가량이 당선됐거나 당선권에 들었다. 트럼프는 이번에 공화당 후보들이 압승하는 ‘레드 웨이브’가 있었으면 그 여세를 몰아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 직전에 오는 15일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정가는 이를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예고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줄곧 디샌티스 주지사의 부상에 못마땅한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2018년 플로리다주지사 선거 당시에 디샌티스를 도와주었음에도 그가 충분할 정도로 감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트럼프는 또 중간 선거 전날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디샌티스를 겨냥해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디샌티스의 치명적인 약점을 폭로할 수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는 “나는 그에 대해 아첨하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누구보다, 아마 그의 아내보다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샌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바이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생의학적 안보’ 국가를 만들려 한다며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했다. 또 성 정체성에 대한 학교 교육을 제한하는 법 시행으로 보수적인 정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최근에는 그가 베네수엘라 이주민 수십 명을 텍사스주에서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로 실어 나르는데 세금을 투입해 보수 진영의 반 이민 정서를 자극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