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화약은 진실하다”…한화, 김종희 창업주 탄생 100주년 행사 개최

공유
0

“화약은 진실하다”…한화, 김종희 창업주 탄생 100주년 행사 개최

10일 오후 63빌딩에서 비공개로 진행
김승연 회장 등 오너 일가, 임원 참석
김호연 빙그레 회장, 해외출장으로 불참

고(故) 현암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회장. 사진=한화그룹이미지 확대보기
고(故) 현암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회장. 사진=한화그룹
“화약은 진실하다. 화약은 반드시 폭발하기 때문이다. 화약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폭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화약을 만드는 사람은 경영자를 중심으로 관리자, 기술자, 기능원 모두가 화약처럼 진실하고 정직해야 한다. 또한, 화약 사업의 리더들은 인간성 중시의 리더십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현암(玄巖)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자의 경영철학은 이 한마디로 집약된다. 현암이 화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일제 말기 서울의 명문 경기도립상업학교를 졸업한 직후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일본인이 운영하던 조선화약공판에서 일하게 된 그는 화약이 단순히 총이나 대포 등 무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평생을 화약계에 투신하기로 결정했다.
해방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순간을 많이 겪었지만, 반면 많은 돈을 한꺼번에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었다. 생활필수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당시 화학공업 제품이나 비료, 설탕, 약품 등을 해외에서 수입해 팔아 큰 이윤을 남긴 기업가들이 많았고, 현암이 1952년 설립한 한국화약주식회사(현 한화그룹) 직원들도 수입사업을 해보자며 거듭 요청했다. 그럴 때마다 현암은 의견을 단칼에 거절하고 오히려 화약을 수입했다.

“몇 십 배가 남는다고 해도 난 설탕이나 페인트를 들여올 달러가 있으면 단 얼마라도 화약을 더 들여올 것이다. 나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송충이다. 화약쟁이가 어떻게 설탕을 들여오나? 난 갈잎이 아무리 맛있어도 솔잎이나 먹고 살 거야!”

현암이 화약에 집착한 것은 조국 근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간산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화약의 국산화가 요원하던 시기 화약을 수입해 제 때에 적정량을 공급해 경제 불모지였던 조국을 재건하기는 데 기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

6.25전쟁 시기 피난을 가는 대신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던 화약고로 달려가 다이너마이트 3000상자를 지켰고, 전후 화약공판을 마음대로 주무르던 미국 고문관에게 가격 인상보다는 해방 전 가격 유지를 요구, 당시 한 가래에 50전이었던 엿가락보다도 싼 30전에 화약을 보급했다. 1955년 인천화약공장을 보수·신축해 본격적인 화약 사업을 개시한 현암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해 ‘한국의 노벨’, ‘다이너마이트 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화약과 더불어 현암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신은 ‘정직과 책임’이었다. 1977년 광주로 가던 한국화약의 화약 열차가 이리역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14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61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현암은 피해 복구에 직원들을 투입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사과문과 함께 자신의 전 재산인 90억 원을 피해 보상금으로 내놓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떠안은 결과 한국화약은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이후 재계 10대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한편, 한화그룹은 오는 12일 현암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1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비공개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현암의 장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손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등 한화 삼부자 오너 일가가 참석한다. 또한 한화그룹 주요임원 300여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 초청받은 외부 인사도 자리에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너 가족과 임원들이 모여 조용히 창업주를 기리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암의 둘째 아들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참석하지 못한다. 빙그레 그룹 측은 “김호연 회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라 참석핮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공개 행사라고 하지만, 규모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현암의 100주녕이자 한화그룹 창립 70주년이기도 하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연초부터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승연 회장이 올해 7년 만에 전면 복귀를 알리는 신년사로 올해를 2022년을 시작했고, 3세 김동관 부회장를 중심으로 차남 김동원 부사장이 금융 쪽을, 삼남 김동선 전무는 유통 쪽으로 가져가는 등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 경영승계 구도도 완성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날 김승연 회장이 향후 한화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