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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의료비 지출' 1위면 뭐하나…기대수명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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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의료비 지출' 1위면 뭐하나…기대수명은 '바닥'

세계 정상권 장수국 한국과 ‘하늘과 땅’ 차이…한국 83세, 미국 77세



의료비 지출과 기대수명 추이의 상관관계. 미국의 경우 의료비 지출 규모는 세계 1위지만 기대수명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세계은행/비주얼캐피털리스트/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의료비 지출과 기대수명 추이의 상관관계. 미국의 경우 의료비 지출 규모는 세계 1위지만 기대수명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세계은행/비주얼캐피털리스트/글로벌이코노믹

한 나라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쓰는 돈의 규모와 기대수명은 비례할까.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는’ 비례관계가 성립한다. 건강과 관련한 돈을 많이 쓰는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기대수명은 높은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는 것.

그러나 일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예외도 없지는 않다.

특히 ‘자본주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세계 최고 경제대국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국민 수명이 전 세계 바닥권이라는 얘기여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정상권의 장수국가로서 위치를 확고히 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3개국 최상위권 싹쓸이
국가별 기대수명 순위. 사진=세계은행이미지 확대보기
국가별 기대수명 순위. 사진=세계은행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19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전 세계 기대수명은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15년은 전 세계 국가의 평균 기대수명이 70세 선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시점이다.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위생 문제가 크게 개선되고, 각종 전염병에 대한 백신 보급이 일반화되고, 예방적 차원의 보건정책까지 적극 시행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서 기대수명이란 특정 연도의 0세 출생자가 이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 즉 출생 시 평균 생존연수를 뜻한다.

세계은행이 전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의료 관련 지출이 늘어난 것은 필연적임을 뒷받침하듯 의료비 지출 규모 추이와 기대수명 추이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일반적으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 규모와 2020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을 함께 살펴본 결과 일본이 4360달러(약 584만원)의 의료비를 썼고 기대수명은 85세로 나타나 기대수명 전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가 2633달러(약 352만원)에 84세로 2위, 한국이 2625달러(약 351만원)에 83세로 3위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나라 3곳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상위권을 싹쓸이한 셈이다.

반면 중앙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 차드는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 규모가 30달러(약 4만원)에 불과하고 기대수명은 55세인 것으로 나타나 앞서 거론한 나라들과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였다.

의료비 지출도 가장 적고 기대수명도 가장 낮은 나라는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1960년 이후 기대수명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

1960년 이후 기대수명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30개국 현황. 사진=세계은행이미지 확대보기
1960년 이후 기대수명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30개국 현황. 사진=세계은행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지난 1960년부터 2020년 사이 기대수명이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 30곳을 추려보니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에는 55세에 불과했던 기대수명이 2020년에는 83세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대수명 83세는 30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 폭을 기준으로 삼으면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의 기대수명이 1960년 37세에서 2020년 79세로 늘어나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79세 자체도 한국에 이은 2위다.

◇미국, 의료비 지출 세계 1위(1464만원)지만 기대수명은 77.3세로 바닥권

그러나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대국이라 의료비 지출 규모가 크면서도 기대수명은 뜻밖에 낮은 나라들이다.

미국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기준 미국인 1인당 의료비 지출은 1만921달러(약 1464만원)로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기대수명은 77.3세로 바닥권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의료비 지출과 기대수명은 비례해서 증가하는 추이를 전 세계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에만 이 같은 추이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예외적인 결과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복잡다단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영아사망률이 높은 것이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아사망률이란 출생한 지 1년 안에 사망한 영아의 수를 전체 출생아 수로 나눈 비율이다.

실제로 런던정치경제대학원의 파파니콜라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2013~2016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영아사망률은 신생아 1000당 5.8명으로 다른 나라들의 평균인 3.6명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수명 어디까지 늘어날까…과학자들 “100년 뒤 150세 가능” 전망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대수명 추이 전망. 사진=유엔이미지 확대보기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대수명 추이 전망. 사진=유엔


그렇다면 향후 100년간 인류의 기대수명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실린 연구논문을 인용해 적절한 환경과 조건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100년 후에는 최대 150세까지 사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유엔의 전망에 따르면 기대수명의 증가 추이는 비슷하겠으나 선진 경제국가들의 기대수명에 비해 저개발국가들의 기대수명은 항상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