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보급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가 앞으로 미국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웹매거진 해커데이와 물류 전문매체 프레이트웨이브즈는 현대차가 내년부터 엑시언트 모델 35대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수소전기트럭 시장에 본격 진출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수소사업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현대차 ‘美 시장 주도’ 유력
해커데이에 따르면 현대차로부터 엑시언트를 공급받기로 예정돼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의 미국법인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미국의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 전문업체인 퍼스트엘리먼트퓨얼(FEF).
우선은 글로비스 아메리카에 30대, FEF에 5대가 넘겨질 예정이다. FEF는 캘리포니아주 내 수소충전소를 오는 2024년까지 80개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인 세계 최대 수소 소매업체다.
프레이트웨이브즈는 “엑시언트는 장거리 수송용 화물차로 미국에서는 8급 화물차(헤비듀티 트럭)로 분류된다”면서 “이 등급에 속하는 수소전기트럭이 30대 넘게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급할 예정인 엑시언트는 총중량 37.2톤급으로 18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급 구동모터를 탑재했고 1회 충전으로 최대 720km를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에 공급되는 엑시언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1년 동안 진행될 예정인 의무 실증사업을 거친 뒤 4년에 걸쳐 본격적인 상업 운행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 같은 일은 캘리포니아 환경 및 에너지 관리 당국이 주관한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사업’ 입찰에서 최종 공급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성사가 됐다.
프레이트웨이브즈는 “지난 1998년부터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해온 선두 주자인데다 2005년엔 1세대 수소전기버스 개발에도 성공한 현대차에 맞설 수 있는 라이벌은 수소전기트럭 시장에서는 아직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프레이트웨이브즈는 특히 “총 47대의 엑시언트를 지난 2020년 스위스에서 도입한 후 2년 만에 종합 누적거리 500만km를 기록한 데 이어 독일에도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안티 린드스트롬 책임 분석가는 프레이트웨이브즈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그동안 약속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현대차가 거침없는 행보를 통해 엑시언트 30여 대를 미국 시장에 공급키로 하면서 추가로 엑시언트를 도입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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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경쟁사들, 각자 문제 있어 추격 쉽지 않을 듯
프레이트웨이브즈에 따르면 미국 수소전기트럭 시장에서 엑시언트를 상대로 추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 트레(Tre)’를 개발한 미국의 수소전기차 전문업체 니콜라.
미국 물류업체 TTSI와 벨기에 맥주업체 앤하이저부시인베브가 니콜라 트렉을 도입할 목적으로 초기 모델을 대상으로 주행 시험을 이미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금 창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니콜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가포르 연료전지업체 호라이즌퓨얼셀테크놀로지에서 분사한 미국 수소전기트럭 제조업체 하이존모터스도 엑시언트를 추격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이존모터스의 최대 고객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 ‘상하이훙윈’이 유령회사라는 의혹이 올 초에 제기되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하이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어 이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프레이트웨이브즈는 “니콜라는 현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이존은 미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문제가 있어 엑시언트를 내세운 현대차를 따라잡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를 떠안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