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글로벌이코노믹이 한국무역협회가 제공하고 있는 한국(관세청)과 중국(해관)의 품목별 수출입 통계를 활용해 상선(주로 화물선, HS코드 8901 기준) 수출 통계를 비교해 본 결과, 올해 1분기 한국의 상선 수출액은 37억6600만 달러, 중국은 42억7300만 달러로 중국이 5억 달러가량 앞섰다.
통상 조선 시황의 호황과 불황을 결정하는 3대 지표는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매월 발표한다. 클락슨리서치의 지표는 수주 직후부터 미래 시점을 추정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반면, 수출액은 관세법에 따라 관세선(수출 신고)을 통과하느냐로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앞서 수주한 선박이 판매 완료됐는지의 결과를 나타낸다. 클락슨리서치가 제공하는 선박 인도량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 조선사들이 최근 수주한 물량을 대거 건조해 인도량을 늘리고 있어 2분기 이후의 추이를 봐야겠지만, 선박 건조는 조선사의 연초 계획에 맞춰 계획적으로 이뤄지므로 수출액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은 3년 연속 수출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일본을 제치고 선박 수주량‧수주잔량‧건조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은, 수출도 일본을 웃돌며 명실상부한 최고 조선 국가에 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들어 중앙과 정부의 지원 아래 무섭게 치고 올라온 중국에 3대 지표에서 모두 밀리며 최강국 자리를 내줬다.
비록 3대 지표에서는 뒤졌지만, 한국은 수출액에서는 중국을 압도해왔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비교 우위에 있고, 무엇보다 수십 년간 관계를 이어온 해외 메이저 선주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던 덕분이다.
하지만 조선산업 육성 초기에 물량 대부분을 자국 해운사 발주로 채웠던 중국 조선사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매우 낮은 건조비로 응찰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을 10년 가까이 축적했다. 여기에 자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매력적인 선박 금융을 제공하면서 해외 선주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양과 질을 모두 갖춘 중국 조선사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한국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며, 지금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상선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대기업은 물론 중견 조선업체들이 수주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