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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돈→웰빙’…美 국민이 생각하는 ‘부자’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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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돈→웰빙’…美 국민이 생각하는 ‘부자’ 확 달라졌다

미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순위. 올해 조사 결과 ‘웰빙’을 ‘돈’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찰스슈와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순위. 올해 조사 결과 ‘웰빙’을 ‘돈’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찰스슈와브
돈이 많아야 부자라는 오랜 통념이 최근 들어 미국인 사이에서 깨지고 있다.

최근 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돈이 많은 것보다 웰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이자 금융자산 운용사로 지난 수십 년간 '부자'라는 주제를 놓고 21~75세 미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연례적으로 추적 조사해온 찰스슈와브가 그간의 설문조사 결과와 지난 3월 기준으로 이뤄진 올해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거나 행복한 상태로 웰빙을 돈보다 중시한다는 것은 물질적이거나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보다 진정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부자 기준 평균 220만 달러 vs 평균 자산 56만 달러


미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들. 사진=찰스슈와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들. 사진=찰스슈와브

찰스슈와브의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우 역설적인 조사 결과다.

올해 기준으로 응답자들이 밝힌 ‘부자가 되려면 필요한 순자산 규모’를 물은 결과 평균 220만 달러(약 28억원)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의 실제 평균 순자산은 56만 달러(약 7억1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자신이 잘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4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재산은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조건에 턱없이 부족함에도 잘사는 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서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적어도 다른 사람을 볼 때 따지는 부자의 기준과 자신에게 적용하는 부자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은 명백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더 들여다보면 이 모순적인 생각을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파악됐다. 부자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자의 기준 ‘웰빙 40% vs 돈 32%’


부자에 대한 기준에 변화가 있음을 포착할 수 있는 첫 번째 대목은 올해 조사에서 파악된, 부자가 되려면 필요한 평균 순자산 규모가 지난 2020년 조사에서 파악된 260만 달러(약 33억원)에 비해 제법 줄었다는 사실이다.

찰스슈와브의 롭 윌리엄스 금융조사본부장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초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상당수 미국인이 돈에 대한 생각, 부자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돈이 얼마나 많으냐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돈 자체보다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미국인 사이에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가 웰빙이 부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해 돈을 꼽은 32%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산을 가장 중시한 응답자가 26%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력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부자의 기준이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에서 정신적으로 잘 사는 것,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가 이번 조사에서 뚜렷이 확인됐다.

응답자들이 밝힌 부자의 개념 가운데 경제력과 관련이 없는 것과 경제력과 관련이 있는 것을 구분해 분석한 결과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률이 72%를 기록해 으뜸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꼴로 돈이 많은 것보다 개인의 삶이 만족스러운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경제력과 무관한 기준 중에서는 ‘돈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을 꼽은 응답자가 70%로 그다음으로 많았고 ‘경험을 많이 하는 삶’(70%)이,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을 누리는 것’(6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경제력과 관련이 있는 기준 가운데서는 ‘훗날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당장 싫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 부자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45%로 1위를 차지했고 ‘연봉이 높은 것’(40%)이 2위, ‘돈이 많은 것’(38%)이 3위였다.

윌리엄스 본부장은 “앞뒤가 잘 연결되지 않는 모순적인 조사 결과로 보이지만,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긍되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MZ세대 상대적으로 낙관적


한편, 자신이 잘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MZ세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에서는 자신이 잘사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40%, 41%로 낮은 편이었으나 나이가 적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스스로를 잘사는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46%와 57%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CBS뉴스는 이에 대해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보유 자산은 약 73조 달러(약 9경3000조원) 규모로 모든 세대를 압도하는 데 비해 밀레니얼 세대는 9조 달러(약 1경1500조원) 수준으로 크게 뒤처진다”면서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에서 부자로 여기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코앞에 둬 불안한 마음인 반면, MZ세대 사이에서는 은퇴 시점과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관론이 지배적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