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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로지'가 최고라고?…게임업계 가상인간들의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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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로지'가 최고라고?…게임업계 가상인간들의 '맹추격'

과기부 ICT포럼 주제 '가상인간'…AI와 결합해 관심 지속
넷마블 '메이브'·크래프톤 '위니' 등 게임 IP와 함께 성과 올려

넷마블의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와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의 컬래버레이션 예고 영상을 캡처한 것. 사진=넷마블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넷마블의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와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의 컬래버레이션 예고 영상을 캡처한 것. 사진=넷마블 공식 유튜브
국내 IT업계가 3년 동안 디지털 휴먼·메타 휴먼·버추얼 휴먼 등 '가상인간'들을 인플루언서로 활용하는 시도를 진행해왔다. 네이버의 '로지(Rozy)'를 필두로 ICT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했으나 콘텐츠 IP를 갖춘 게임업계가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코스피 상장 게임사 크래프톤이 작년 7월 론칭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위니(Winni)'는 지난달 팔로어 수 9만9000명을 달성, 데뷔 1년 만에 10만 구독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가상인간이 인스타그램에서 10만 팔로우를 기록한 것은 '로지'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넷마블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올 1월 선보인 4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MAVE:)'는 유튜브 구독자 20만, 데뷔곡 'PANDORA' 조회수 2400만 회 돌파 등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지 롤링스톤이 '인공지능(AI)과 음악을 결합한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인 성과'라고 평할 정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21일 열릴 '제14회 퓨처ICT포럼'의 주제로 '디지털 휴먼과 동행하라'를 제시했다. 앞서 언급한 '로지' 개발사 로커스X와 모회사 네이버와 업계 라이벌 카카오를 필두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씨소프트·유니티 등 대형 IT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가상인간은 실제 인간과 거의 닮은 캐릭터에 인격성을 부여, 이미지와 영상 등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도에 인기를 끌던 키워드 '메타버스', 최근 IT 업계의 화두 'AI' 모두와 연관이 있어 지속적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음은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들이다.

◇ 네이버 '로지': 2020년 8월 데뷔, 인스타그램 팔로어 15만4000명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지', '호', '헤일', '곤', '로지'. 사진=로지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지', '호', '헤일', '곤', '로지'.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로지는 네이버웹툰에서 2021년 12월 인수한 로커스 산하 로커스X가 개발했으며 국내 가상인간 유행의 시초라 할 수 있다. 2020년 8월 데뷔 후 패션 모델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7월 신한라이프의 TV 영상 광고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에 출연한 후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국내 가상인간 중 최초의 10만 팔로우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았다.

2021년의 '빅스텝' 이후 로커스X와 네이버는 다방면으로 가상인간 사업을 확대했다. 로커스X는 로지 외에도 3인조 그룹 '호곤헤일', 버추얼 빌런 '류지' 등을 선보였고 네이버 본사에서 이와 별도로 커머스에 특화된 가상인간 '이솔(SORI)'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2만 명 이하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로지는 지난해 2월, 가상인간 중 최초로 오리지널 음원 'Who Am I'를 선보이며 가상인간 가수의 영역을 개척했다. 6월에는 또 다른 곡 'TO THE SEA(바다 가자)'를 선보였다. 이후로는 '본업'에 가까운 패션 모델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 카카오·SK '나수아': 2021년 5월 데뷔, 인스타 팔로어 5만5000명


SK텔레콤 '에이닷티비' 광고 영상에 나온 나수아(오른쪽)와 장원영. 사진=SK텔레콤이미지 확대보기
SK텔레콤 '에이닷티비' 광고 영상에 나온 나수아(오른쪽)와 장원영. 사진=SK텔레콤

통신 3사 SK·KT·LG 중 가상인간 분야에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다. LG전자가 2021년 1월 일찍이 가상인간 '김래아'를 선보였으나, 2022년 1월 '가수 데뷔'를 예고한 후 활동을 멈췄다.

그사이 SK는 2021년 SK스퀘어를 설립한 후 11월 '나수아'를 운영하던 카카오 계열사 온마인드에 지분을 투자했다. 나수아는 이듬해 9월 SK텔레콤의 AI 기반 TV 콘텐츠 추천 서비스 '에이닷(A.)TV' 영상 광고의 모델로 실제 연예인 장원영과 함께 출연했다.

네이버와 SK텔레콤은 각 사의 AI 기반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 가상인간들의 음성을 실제 성우가 아닌 완전한 AI 음성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나수아는 최근까지도 인스타그램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2021년 8월 데뷔, 인스타 팔로어 8만6000명


사진=한유아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한유아 인스타그램

스마일게이트는 앞서 언급한 온마인드의 모회사이자 카카오게임즈의 관계사인 넵튠과 더불어 게임사 중에선 가상 인플루언서 분야에 비교적 일찍 뛰어든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다.

가상인간 '한유아(YuA)'는 스마일게이트가 2019년 선보인 가상현실(VR)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포커스 온 유'의 여주인공으로, 게임에선 여고생이었던 그녀가 성장한 후의 모습이라는 설정으로 2021년 활동을 개시했다. 가상인간 제작에는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자이언트스텝이 함께했는데, 이 회사는 이후 네이버의 가상인간 '이솔' 개발에도 참여했다.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후 작년 5월 오리지널 곡 'I Like That'을 선보이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 곡은 유튜브에서 712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로지의 데뷔곡 'Who Am I'의 108만 회보다 더 많은 조회수다. 최근에는 그녀가 소설가 우다영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담화집 '다정한 비인간: 메타휴먼과의 알콩달콩 수다'가 출판되기도 했다.

◇ 크래프톤 '위니': 2022년 7월 데뷔, 인스타 팔로어 9만9000명


가상인간 '위니'가 등장하고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이 참여한 '배틀그라운드' 이벤트 매치 '홈런 말고 치킨' 특별 영상 갈무리. 사진=크래프톤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가상인간 '위니'가 등장하고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이 참여한 '배틀그라운드' 이벤트 매치 '홈런 말고 치킨' 특별 영상 갈무리. 사진=크래프톤 공식 유튜브

크래프톤의 '위니'는 데뷔 후 매월 평균 1만 명의 팔로어를 끌어모으며 국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니는 지난해 말 인스타그램에서 지정한 '내일의 크리에이터'로 꼽히기도 했는데, 한국의 인플루언서 5명 중 유일한 가상인간이었다.

위니는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 등 숏폼 영상 형태의 '댄스 챌린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크래프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공식 앰배서더로 활약하며 게임 관련 행사, e스포츠 대회에 지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크래프톤은 위니 외에도 지난해 6월부터 아티스트형 가상인간 '애나(ANA)'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 팔로어는 1만6000명, 유튜브 구독자는 2만7200명이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오리지널 곡 'SHINE BRIGHT'는 53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넷마블·카카오 '메이브': 2023년 1월 데뷔, 인스타 팔로어 23만명


가상 걸그룹 '메이브'(왼쪽)와 넷마블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 컬래버레이션 안내 이미지. 사진=메이브 공식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가상 걸그룹 '메이브'(왼쪽)와 넷마블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 컬래버레이션 안내 이미지. 사진=메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넷마블은 크래프톤보다 한발 빠른 2021년 12월 가상인간 '리나(RINA)'를 틱톡·인스타에 론칭, 활용하고 있다. 리나는 인스타 팔로어 3만3000명, 틱톡 팔로어 13만 명 등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초 데뷔한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메이브의 음원은 미국 유명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5월 기준 누적 청취자 158만 명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약하고 있으며 넷마블의 게임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등과 컬래버레이션했다.

넷마블과 같은 게임사들이 운영하는 '후발 주자'들이 더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것은 △3D 애니메이션 등 게임 개발 기술을 가상인간 모델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이미 성공을 거둔 게임 IP와 가상인간의 결합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지목된다.

실리콘밸리 1세대 기업 HP 산하 게임 전문지 '올게이머' 역시 "게임사 등 콘텐츠 기업들이 가상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사실 오래전부터 계속됐다"고 평했다. 이들은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며 '가상 인플루언서'의 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며 향후 다른 브랜드로도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