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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산형 게임' 얕봤는데…'버섯커 키우기' 리니지M조차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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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산형 게임' 얕봤는데…'버섯커 키우기' 리니지M조차 제쳐

확률 뽑기 내세운 '중독성 게임'…타사 IP 도용 논란도
MMORPG, 동일 장르 게임 다수 등장해 경쟁력 약화
韓 게임계도 '방치형'에 주목…"배울 부분 잘 골라내야"

'버섯커 키우기'의 중국어 버전 '버섯용자전설(菇勇者傳說)' 이미지.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버섯커 키우기'의 중국어 버전 '버섯용자전설(菇勇者傳說)' 이미지.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

중국산 방치형 RPG '버섯커 키우기'가 한국의 '리니지M' 등 유수의 게임들을 제치고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석권했다. 게임업계 내에서는 '충격적인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내 대형 업체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버섯커 키우기는 중국계 게임사 조이 나이스 게임즈가 12월 22일 국내 출시한 게임으로 원제는 '버섯용자전설(菇勇者傳說)'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직후 매출 1위를 기록, 꾸준히 매출 최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매출 2위에 오른 후 이달 20일 엔씨소프트(NC) '리니지M'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간편한 조작과 자동 사냥이 중심이 된 방치형 콘텐츠, 다수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통한 성장 등으로 간편하다. 앱마켓에 등록된 게임 제목 자체가 '버섯커 키우기: 3000 뽑기 증정'으로, 손쉬운 입문과 다량의 뽑기를 내세운 이른바 '양산형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계인들 상당수가 '버섯커 키우기'에 관심을 갖는 눈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 트렌드 파악을 위해서라도 상당수 게임사에서 실제 플레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판교에 있는 직장인 셋 중 하나는 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섯커 키우기' 게임 내 화면.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 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버섯커 키우기' 게임 내 화면.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 이원용 기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좋게 말하면 쉽고 빠르게 빠져들 수 있도록 콘텐츠를 치밀하게 설계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없지 않은 게임"이라면서도 "나쁘게 말하면 확률 뽑기가 주는 쾌감만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중독'시키는 휘발성 높은 게임"이라고 평했다.

그는 "캐릭터나 아이템 등을 뽑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성장 과정조차 확률 뽑기로 구성됐다. 휘발성 콘텐츠에 따른 이용자 이탈은 '서버 오픈 후 x일 지나면 해금되는 콘텐츠' 등 원초적인 궁금증을 유발해 막으려 한다"며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떼면 남는 것은 슬롯 머신에 가까운 게임성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양산형 게임'이 매출 1위에 올랐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는 업계인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사 직원은 "과거 '원신'이나 '우마무스메' 같은 외산 미소녀 게임이 매출 1위에 올랐을 때는 '서브컬처 마니아들 충성도가 크니까"라며 납득할 수 있었다"며 "버섯커 키우기는 확고한 충성 팬층 없이도 MMORPG를 꺾었으니 놀라울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22일 기준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리니지M 등 NC '리니지' 시리즈 외에도 카카오게임즈'오딘: 발할라 라이징', 웹젠 '뮤 모나크',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등 상당수의 MMORPG들이 매출 톱10에 올랐다.

이렇듯 같은 장르 게임 다수가 시장에 서비스됨에 따라 이른바 '린저씨'라 불리는 하드코어 MMORPG 이용자층이 분산됐다는 점도 버섯커 키우기의 상승세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월 22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이미지 확대보기
1월 22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

방치형 캐주얼 게임은 통상적으로 MMORPG에 비해 적은 개발력과 운영 인력이 들어가는 장르다. 자연히 국내에서도 방치형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오르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자사 대표 IP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 구글 매출 2위의 성과를 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사 넵튠이 선보인 '고양이스낵바', 로드컴플릿의 '레전드 오브 슬라임' 등도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버섯커 키우기'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운 '중독성 게임'을 국내 게임사가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을 앞둔데다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자는 담론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개판 오분전' 이미지.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 이미지 확대보기
'개판 오분전' 이미지. 사진=조이 나이스 게임즈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전작 '개판 오분전'과 버섯커 키우기를 모두 플레이해봤다고 밝힌 한 게임업계인은 "양산형 게임은 휘발성 콘텐츠 외에도 타사 IP를 표절에 가까울 정도로 베껴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한국 게임사라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버섯커 키우기'의 경우 디자인 측면에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속 버섯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이머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전작 '개판오분전'의 경우 배트맨, 아이언맨 등 해외 유명 IP를 본뜬 캐릭터들이 등장하나, 개발사가 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은 게임이나 공식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었다.

게임업계인은 "국내 게임사에서도 전략적으로 방치형 게임 장르를 학습,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도용에 가까운 타사 IP 활용, 저질 마케팅이나 광고 양산 등 배워선 안될 부분까지 따라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