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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네이버-라인 사태는 명백한 타국 기업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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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네이버-라인 사태는 명백한 타국 기업 침략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다."
"아직 저희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씀드리겠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지난 3일 네이버의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관련 질문에 답한 부분이다. 답변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타국 기업 경영권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권 문제를 넘어섰다. 한·일 IT산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은 소니·샤프·파나소닉·도시바 등 가전업체를 필두로 20세기 '기술의 일본'을 이끌었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둔감한데다 1억2000만 명이라는 든든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유지해 오면서 서서히 갈라파고스화돼 첨단 산업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최대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야후재팬도 소프트뱅크가 인수하고 상표권을 사들이면서 '야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IT산업의 변화가 느린 일본, 그리고 카카오톡에 메신저 시장을 빼앗기고 해외로 눈을 돌린 네이버 이 두 회사가 합작법인 A홀딩스를 설립해 라인야후를 운영하고 있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에서 약 96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1억2000만 명 인구 중 약 80%가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는 셈이다. 사실상 아이와 노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라인을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곳곳에서 휴대전화 연락이 두절됐을 때 라인 메신저가 통신의 빈자리를 대신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

현재는 라인이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앞세워 다음을 합병한 것처럼 라인 역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쓰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페이페이(PayPay)와 라인페이(LINE Pay)를 모두 라인야후가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 온라인 의류시장 플랫폼 조조(ZOZO), 사무용품 등의 전자상거래 전문기업 아스쿨(ASKUL)의 지분도 절반 내외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 일본의 IT 핵심이 그토록 얕잡아 보던 한국의 기술로 만들어졌으니 그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분 정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라인 메신저는 이제 일본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재난문자부터 행정서비스 문자메시지도 라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한국의 높은 지분율이 불편했던 일본은 과거에도 계속 트집을 잡아 네이버의 지분율을 70%에서 50%로 낮췄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지분율을 더 낮추라는, 즉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에 통째로 갖다 바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라인은 일본 외 태국·대만 등에서도 압도적인 메신저 점유율을 자랑한다. 대부분 아시아 지역이지만 이용자 수가 2억 명이 넘는다. '한국의 구글'이 나온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이 이 네이버-라인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라인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넣는 것이다. 도를 넘은 이 요구에 대해 정부에서는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혹시 지분율을 더 낮춰야 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네이버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라인야후의 지분을 축소하더라도 라인재팬과 라인태국, 라인타이완(라인 대만)의 경영권, 라인프렌즈의 라이선스 등 글로벌 서비스의 권리는 지켜야 한다.

한국을 얕잡아 보고 한국 기업을 빼앗으려고 하는 지금의 행위는 기업 찬탈(簒奪)이라 볼 수 있다.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기업끼리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처럼 비정상적인 사태에서는 정부도 대응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네이버-라인 사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이은 타국 기업의 찬탈이니 말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