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플러스의 실질적인 리더 국가인 사우디는 그동안 회원국들에 감산을 종용해 왔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이 원유 감산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할당량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자 사우디가 앞장서 증산함으로써 국제 유가 폭락 위기감을 조성하려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비용을 마련하려고 OPEC플러스의 합의를 무시한 채 할당량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러시아,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이 그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7월 기준으로 하루 생산량을 12만2000배럴 초과해 원유를 생산했다. 앙골라는 감산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며 지난 1월 아예 OPEC을 탈퇴했다.
사우디는 이제 전략을 바꿔 연말 원유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우디 당국이 12월 1일부터 증산을 재개하는 방안에 전념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유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이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2022년 11월 이후 OPEC플러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감산을 단행해 왔다. 오는 10월부터 생산량 감축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던 OPEC플러스는 유가가 계속 떨어지자 지난달 해제 시점을 2개월 연장해 12월로 미뤘다. 사우디가 12월부터 증산에 나서면 OPEC 회원국들이 앞다퉈 증산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짚었다.
OPEC플러스는 오는 12월부터 감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증산을 하기로 지난 3일 결정했다. 이 기구는 지난 2022년 합의를 바탕으로 하루 586만 배럴을 감산해 왔고, 감산 규모 축소를 위해 10월부터 하루 18만 배럴 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수요 둔화와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이어가자, 12월로 증산을 미뤘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에 급등한 국제 유가가 내년에는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석유정보업체 OPIS는 "글로벌 원유 시장이 내년에 공급 과잉으로 어려운 해를 맞게 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톰 클로자 OPIS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에 뉴욕 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유전 시설 공격 가능성 등으로 급등락했던 유가는 그 전주에 비해 1.59%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0.29달러(0.38%) 내린 배럴당 75.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36달러(0.45%) 하락한 배럴당 79.0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유가는 하루 5% 가까이 폭락하거나 3% 이상 급등하는 극도의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