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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하버드대 유학생 금지령’, 법원서 무산될 가능성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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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하버드대 유학생 금지령’, 법원서 무산될 가능성 있는 이유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를 겨냥해 국제학생 수용 자격을 박탈하려는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하버드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과 비과세 자격 박탈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자 이번에는 국제학생들의 입학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4일(현지시각) MSNBC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스 판사는 하버드의 국제학생 교육 자격을 철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 즉각적인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대표적 명문대학인 하버드가 “반미적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이은 보복 조치를 시도해왔지만 이번 조치 역시 법적 저항에 직면한 셈이다.
이번 소송은 하버드대 본교뿐 아니라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하버드 지부도 별도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자들은 이번 결정의 핵심이 헌법적 논쟁이 아니라 ‘절차적 하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버로스 판사는 “행정부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행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행 미국법상 국제학생 비자 프로그램을 변경하려면 해당 교육기관에 위반 사유를 통보하고 그에 대한 반론 기회를 제공한 뒤 행정심판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하버드의 프로그램을 종료하려 했고 이는 명백한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위반이라는 것이다.

레이 브레시아 미국 앨버니로스쿨 교수는 MSNBC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절차 무시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반복됐던 문제”라면서 “DACA 폐지나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삽입 시도 모두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좌절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DACA는 미국에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입국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임시 보호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행정 명령으로 도입됐다. 이들에게 추방 유예와 취업 허가를 제공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2년마다 갱신 가능한 보호 조치를 제공한다.

브레시아 교수는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은 하버드가 제기한 소송의 법적 승산이 높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행정부의 조치가 수천 명의 학생과 대학의 교육·연구 기능에 중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긴급하게 판단이 내려졌다”고 평가했다.

법원은 아직 헌법적 쟁점인 표현의 자유 및 적법절차 위반 여부까지 다루지는 않았지만 하버드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이를 근거로 추가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브레시아 교수는 “헌법적 카드도 하버드의 손에 남아 있다”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퍼킨스 코이, 제너 앤 블록 등 대형 로펌들을 상대로도 ‘반미적 활동’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시도했지만 이들 법무법인도 각각 법원의 ‘영구 금지 명령’을 받아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버드 사례 또한 이와 유사한 판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