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미군 장성·제독들을 직접 겨냥해 군의 ‘전쟁 준비 태세’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자신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옷을 벗으라고 압박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퀀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행한 연설에서 “군의 전사 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면 명예롭게 물러나라”고 말했다.
◇ “뚱뚱한 장성·제독, 용납 안 돼”
헤그세스는 “전쟁 준비가 안 된 군은 할당제와 정치적 올바름에 매몰된 탓”이라며 미군 지휘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뚱뚱한 장성·제독이 지휘부와 부대 곳곳을 채우고 있다”며 “이것이 전투력 저하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헤그세스는 미 국방부의 징계 규정과 내부 고발 제도도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지휘관들이 두려움 없이 기준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징계 규정을 완화하고 내부고발 보호 장치를 약화시켜 지휘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 14명 고위직 해임한 트럼프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이미 군 수뇌부를 대거 경질했다. 임기가 남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을 비롯해 미 해군 역사상 최초로 여성 해군참모총장에 오른 리사 프란체티 제독 총 14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헤그세스 장관은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이유로 인사가 이뤄졌다”며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진 인종·성별·역사적 ‘최초’ 등에 따른 승진을 되돌릴 것임을 강조했다.
◇ 비판 확산…"군 다양성·투명성 후퇴"
헤그세스의 이같은 발언은 바로 비판을 불러왔다. 로이터통신은 “‘뚱뚱한 장성’이라는 인신공격성 표현과 체격 규정 강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헤그세스 장관이 다양성과 형평성(DEI) 정책을 사실상 폐기 선언했다며 “군 가치의 후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내부 고발 제도 억제와 언론 접근 제한이 국방부의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