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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韓 반도체 주도권 위기…中 CXMT 'HBM 맹추격', 테슬라 '칩 자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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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韓 반도체 주도권 위기…中 CXMT 'HBM 맹추격', 테슬라 '칩 자립' 선언

CXMT, 2026년 HBM3 양산 목표…삼성·하이닉스와 기술 격차 좁힌다
머스크 "TSMC·삼성 공급 부족"…'수직 통합형' 칩 기업 전환 시사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발(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CXMT(창신메모리)가 HBM3 양산에 속도를 내며 맹추격하는 한편,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테슬라마저 '칩 자립'을 선언하며 자체 웨이퍼 팹(공장) 설립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 메모리 및 칩 시장의 판도 변화와 공급망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최신 블랙웰 GPU 세대에 대한 수요가 극도로 강력하다"고 밝히고, TSMC에 추가 웨이퍼 주문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황 CEO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에서 첨단 칩 샘플을 받았다"고 직접 공개한 대목이다.

업계는 이를 AI 칩 생태계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핵심적인 역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는 AI 칩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AI 혁명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중국의 거센 경쟁과 주요 고객사들의 '자립' 경향이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中 CXMT, 'HBM 굴기' 가속…韓 턱밑 추격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CXMT는 당초 일정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화웨이에 4세대 HBM3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CXMT는 2026년 초까지 HBM3 양산 체제를 갖추고, 2027년에는 5세대 HBM3E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HBM뿐만이 아니다. CXMT는 16나노 D램 공정의 DDR5 수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최신 LPDDR5X 제품과 성능이 동등한 수준의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이러한 CXMT의 기술 진전이 중국이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세계 공급 의존도를 줄이며 기술 자립을 확보하려는 국가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최대 고객' 테슬라의 '자립' 움직임…"자체 팹 짓겠다"


또 다른 위협은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AI 및 로보틱스 분야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웨이퍼 팹을 직접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공급망 안정화와 자체 칩 생산을 위한 중대한 전략상 도약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TSMC,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는데도 현재 공급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칩 공급망 확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체 반도체 제조 라인을 구축할 의향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거대한(massive) 칩 제조 시설"을 직접 건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테슬라가 단순 파운드리 고객사에서 벗어나 자체 공급망을 갖춘 수직 통합형 반도체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결정은 테슬라가 반도체 공급의 독립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 첨단 칩 산업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AI가 주도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CXMT의 빠른 기술 추격과 테슬라의 웨이퍼 팹 구축 야망은 AI 칩 시장의 공급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중대 변수다. CXMT의 HBM 공급 확대는 중국 내 반도체 자급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HBM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또한 테슬라의 자체 팹 구축과 AI·로보틱스 연계 전략은 앞으로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공급국 간의 경쟁 격화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AI 서버 및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구조 재편과 맞물려 장기로 한국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산업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