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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다른 자동차 회사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원치 않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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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다른 자동차 회사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원치 않아" 인정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자사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라이선스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일렉트렉에 따르면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X에 올린 글에서 “FSD 라이선싱에 관한 협상이 무산됐다”며 “그들은 테슬라의 FSD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머지않아 다른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이 기술을 구매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머스크는 지난 2021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처음으로 “타사와 라이선스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으며 2023년 6월에는 X를 통해 “오토파일럿, FSD, 다른 기술들을 기꺼이 라이선스로 제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지난해 4월 정점에 이르렀다. 머스크가 직접 “한 주요 자동차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올해 안에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제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고 일렉트렉은 지적했다.

이 같은 침묵의 배경은 짐 팔리 포드차 CEO의 지난 6월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팔리는 팔리 CEO는 머스크 CEO의 협상 상대였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인데 “웨이모가 더 낫다”며 테슬라의 FSD를 사용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머스크 역시 FSD 라이선싱 논의가 중단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3일 X에 올린 글에서 “나는 경고도 했고 라이선스도 제안했지만 그들은 원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은 사실상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요구한 ‘실제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해석된다고 일렉트렉은 보도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V 모델’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설정한 뒤 이를 철저히 검증하고 안전을 입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르세데스-벤츠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을 출시하며 시스템 작동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조사가 지기로 했다.

반면, 테슬라는 '감독형(감독하에 운전자가 관여하는) 자율주행' 베타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직접 배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미국 당국의 조사를 다수 받았고 소송에도 휘말렸다.

이 같은 사고 가능성과 불완전한 기술 완성도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의 FSD 도입을 꺼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GM이나 포드가 FSD를 자사 차량에 적용할 경우 사고 발생 시 막대한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가 사고에 대해 면책 조항을 제공하길 원하지만 테슬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