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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강한 위안貨로 전환하라는 IMF 요구가 열어젖힌 새로운 지정학적 균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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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강한 위안貨로 전환하라는 IMF 요구가 열어젖힌 새로운 지정학적 균열선

블룸버그의 공개적 지지와 중국의 전략적 취약성, 그리고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파장 및 경제 전략과 외교안보 전략의 통합 등 대응 전략
미국 워싱턴 본부 내부에서 볼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로고의 모습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연례 협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위안화의 사실상의 가치 절상을 요구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본부 내부에서 볼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로고의 모습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연례 협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위안화의 사실상의 가치 절상을 요구했다. 사진=로이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연례 협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물가 하락과 내수 부진을 방치함으로써 실질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 수출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세계 무역 질서 전반이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의 핵심 요구는 명확하다. 중국은 내수 소비를 키워 실질 환율을 정상화하고, 시장 기반의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며, 수출 중심 성장 모델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블룸버그뉴스는 12월10일 관련 보도를 통해 이 같은 IMF의 메시지를 사실상 중국에 대한 위안화 강세 요구로 해석하며, 중국의 약한 위안화 전략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전면적으로 부각시켰다. IMF의 우회적 표현과 블룸버그의 직설적 해석이 겹치는 지점에는 하나의 동일한 메시지가 존재한다. 중국의 현행 환율 전략을 더 이상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이 요구와 보도가 던지는 의미는 단순한 환율 논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음을 의미하며, 국제 경제 질서의 균형을 뒤흔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와 안보 역시 이 충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IMF의 요구가 드러낸 중국 경제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지속은 단순한 경기 둔화의 결과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수 침체를 방치하고 투자와 생산을 억지로 유지하는 방식은 수출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IMF는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았다. 중국이 물가 하락을 용인하면서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을 재가동하고 있고, 그 결과 실질 환율이 왜곡되고 있으며 세계 시장의 공급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IMF가 직접적으로 “중국은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수 확대와 물가 정상화, 환율 유연성 강화라는 요구는 사실상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IMF가 언급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 기반 환율”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중국 경제는 이미 부동산 붕괴, 지방정부 부채,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한 체제적 대응은 내수 회복보다 수출 재확대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더 이상 중국의 값싼 공급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아니다. IMF의 이번 경고는 중국의 성장 모델 자체가 시대적 한계에 도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블룸버그가 부각한 국제 정치경제적 파장


블룸버그는 IMF 보고서를 단순한 기술적 평가가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적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기계류 등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해 관세와 반덤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일 년 동안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자극했다.
블룸버그의 보도는 IMF가 사실상 미국과 유럽의 논리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옮겨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IMF는 전통적으로 환율 문제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 보고서는 중국의 체제적 왜곡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중국을 세계 경제 규범의 외곽으로 밀어내는 흐름이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가시화됐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IMF와 주요 언론은 이번 사안에서 중국의 약한 위안화 전략이 세계 공급망과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미국 주도의 비판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와 관련,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 기반의(exchange rate) 환율”이라고 말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 환율 전쟁의 서막


미중 경쟁은 군사, 기술, 무역에서 이미 전면화됐지만, 환율 분야는 아직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지 않은 마지막 격전지였다. 중국은 명목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내수 침체와 가격 하락을 통해 실질 환율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는 미국이 관세로 막아도 공급 가격을 다시 낮출 수 있는 우회 전략이자 일종의 조용한 평가절하였다.

IMF가 이런 중국의 조용한 평가절하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은 미중 환율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관세 전쟁에 이어 IMF를 통한 규범 전쟁, 나아가 금융·통화 전쟁이 이어질 경우 중국의 전략적 공간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이미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의 과잉 생산 장려 정책을 ‘전략적 덤핑’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적 공조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의 약한 위안화 전략을 국제기구가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미국은 더욱 강력한 규제와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

한국 경제와 산업 구조에 미치는 파장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유지하는 상황은 한국 수출 기업에게는 구조적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다. 중국은 한국 제조업의 최대 경쟁자이자 최대 시장이다. 중국의 약한 위안화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한국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한국의 산업 구조 고도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IMF가 중국의 위안화 전략을 문제로 규정한다는 것은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 중국 공급 공세가 제동을 걸릴 경우 한국의 반도체, 2차전지, 기계, 자동차는 다시 시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도 존재한다. 위안화가 갑작스레 강세로 전환되면 중국 경제는 단기적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이는 한국의 수출과 금융 시장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 구조는 중국의 경기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수출 둔화는 아시아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오히려 한국이 미국·유럽 중심 공급망에 편입될 기회를 확대하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을 위험도 커진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대응


한국은 이번 IMF 경고와 블룸버그 보도를 단순한 환율 이슈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국제질서 변화와 미중 패권 경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이자, 향후 경제안보 전략의 설계를 위한 나침반인 것이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세 가지 방향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환율과 수출 경쟁력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약한 위안화 전략이 제동을 걸리더라도 한국의 장기 경쟁력은 환율이 아니라 기술력, 시장 개척력, 산업 생태계의 복원력에서 나온다. 둘째, 공급망 전략을 미국 중심 구조와 중국 중심 구조로 이원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하는 다원적 네트워크로 설계해야 한다. 중국 경제의 변동성은 한국 산업이 오직 하나의 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셋째, 경제안보 전략과 외교 전략을 통합해야 한다. IMF의 분명한 메시지는 중국의 약한 위안화 전략을 국제 규범 위반에 가깝게 규정하는 흐름이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미국과 유럽의 공동 규범 설계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한국은 미중 경쟁의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아시아 전략 네트워크의 핵심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IMF와 블룸버그의 이번 경고는 그 전략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신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