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CGM·머스크 등 홍해 복귀 타진…"공급 과잉에 운임 치킨게임 재현 우려"
韓 수출기업 '비용 절감' 호재 vs HMM 등 해운사 '수익성 악화' 경고등
韓 수출기업 '비용 절감' 호재 vs HMM 등 해운사 '수익성 악화' 경고등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 통신은 내년에 수에즈 운하가 재개방되면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16일(현지 시각) 진단했다.
휴전 무드로 '간보기' 나선 선사들…안보·비용은 여전한 난제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상품 교역의 약 1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책임지는 핵심 길목이다. 2023년 11월 이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를 틀어막고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하자 이 항로는 사실상 '금지 구역'이 됐다. 선박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를 택해야 했고, 이는 아시아~유럽 항로 기준 운항 기간을 10일 늘리고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시켰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이 우회 항로가 길어진 운항 거리 탓에 전 세계 선복량(적재 능력)의 약 6%를 흡수하는 효과를 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변했다. 지난 9월 말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성사된 이후 후티반군의 공격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는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선사들이 단일 선박을 홍해로 보내 안전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2026년 초부터 수에즈 항로를 경유하는 인도~미국 동부 해안 정기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고, 덴마크 해운 공룡 AP몰러-머스크 역시 홍해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홍해의 평화가 살얼음판 같은 휴전협정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든 '이중 혼란(Double Disruption)'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복귀했다가 공격이 재개되면 다시 배를 돌려야 하는 물류 대란이 우려된다. 또한 최근 선박 연료유 가격이 5년 내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홍해 항로의 전쟁 보험료는 여전히 높아 위험을 감수하고 수에즈로 돌아갈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봉쇄 풀리면 선복량 6% 쏟아져…'운임 하락' 공포 덮친 해운업계
해운사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진짜 속내는 바로 '운임 폭락'에 대한 공포다. 수에즈 운하가 완전히 열리는 순간, 아프리카 우회로 인해 인위적으로 흡수됐던 전 세계 선복량의 6%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공급 과잉은 필연적으로 운임 하락으로 이어진다.
시장은 이미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 드류리 세계컨테이너지수(WCI)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당 운임은 2025년 초 4000달러 선에서 현재 2000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2021년 호황기 당시 1만 달러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반면, HMM 등 국내 해운사들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코로나19와 홍해 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의 반사이익으로 고운임을 누려왔으나 운하가 열리고 선복량 공급이 늘어나면 운임 치킨 게임이 재현될 수 있다. 다가올 운임 하락 사이클에 대비해 해운사들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 5년간의 혼란 끝에 마침내 수에즈 운하라는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6년 닫혔던 빗장이 풀리면 글로벌 원자재와 물류 시장은 또 한번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