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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국채 절반은 ‘섀도우 뱅크’가 장악… 금융시장 변동성 ‘뇌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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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국채 절반은 ‘섀도우 뱅크’가 장악… 금융시장 변동성 ‘뇌관’ 부상

비은행 보유 공공 부채 30조 달러 돌파… 2007년 대비 15조 달러 급증
헤지펀드 레버리지 전략이 수익률 흔들… BIS “채권 시장 변동성 취약성 커졌다” 경고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국제결제은행(IBC)은 헤지펀드가 주권 채권 시장에서 특정 전략을 제한할 것을 촉구해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국제결제은행(IBC)은 헤지펀드가 주권 채권 시장에서 특정 전략을 제한할 것을 촉구해왔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선진국들이 발행한 정부 부채의 약 절반을 헤지펀드, 보험사 등 이른바 ‘비은행(Non-bank)’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 이들 ‘섀도우 뱅크(Shadow Bank)’의 국채 시장 지배력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작은 충격에도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분석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27개 선진국의 공공 부채 62.9조 달러 중 비은행 기관의 보유액이 3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부채의 약 50%에 해당하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 ‘중앙은행의 퇴장’이 불러온 비은행의 득세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긴축(QT)과 한층 강화된 은행 규제가 꼽힌다.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을 축소하면서 중앙은행의 부채 보유 비중은 2020년 30%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 빈자리를 헤지펀드 등 민간 자본이 채운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국제 은행 규제(바젤 III 등)로 인해 전통적인 은행들은 국채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직접 국채를 사기보다 투자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 헤지펀드 레버리지 전략의 위험성… "제2의 영국 국채 사태 우려"


BIS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헤지펀드들의 단기 레버리지 거래 전략이다.
헤지펀드들은 정부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다시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는 대규모 강제 매도로 이어져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2022년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의 감세 정책 발표 직후 발생한 국채 매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국채를 담보로 차입했던 연금 펀드들이 추가 담보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투매하면서 수익률(금리)이 폭등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 일본 국채 시장도 ‘안전지대’ 아냐… 재정 건전성 확보 시급


세계 최대 부채국 중 하나인 일본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현재 30% 수준인 비은행 보유 비중이 앞으로 해외 펀드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나가이 시게토 일본 경제 책임자는 “펀드에 의한 국채 투자가 확산되면 한 국가의 금융 환경 변화가 다른 나라로 전이되기 훨씬 쉬워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일본의 재정 건전성 회복이 필수적이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 시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을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국채 시장은 더 이상 ‘무위험 자산’의 안식처가 아니라, 규제받지 않는 거대 자본의 전략에 따라 요동치는 변동성의 중심지가 되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총괄 매니저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관행을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틀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