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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결 자산' 두고 EU와 법적 공방 격화… 전선 밖 '금융 전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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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결 자산' 두고 EU와 법적 공방 격화… 전선 밖 '금융 전쟁' 점입가경

러시아 중앙은행, EU에 추가 소송 제기… 드론 방어 위한 금융기관 무장화 법안도 통과
서방의 제재망 좁혀지자 암호화폐 타격… '섀도 금융' 차단 나서며 전방위적 압박
러시아 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과 27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동결된 자산을 환수하기 위해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본토 내에서는 드론 공격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무장화를 허용하는 등 전시 경제 체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근 서방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 통로인 암호화폐 네트워크까지 정조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금융과 기술 분야의 전방위적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러시아, EU 법원에 2차 소송 제기… '3000억 달러' 동결 자산 향방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EU 일반법원에 동결된 러시아 국유 자산을 우크라이나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EU 규정에 대해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EU가 국유 자산을 제3국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산의 법적·경제적 지위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가 해외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자산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약 449조 원)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수가 벨기에의 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Euroclear)에 집중되어 있다.

앞서 지난 15일 모스크바 법원은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18조 1700억 루블(약 378조 299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는 서방의 자산 동결 조치에 맞서 러시아가 사법적 대응을 통해 실질적인 자산 회수를 시도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기관 '드론 방어' 나선 러… 기업도 무기 구매 지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러시아 내부에서는 금융권의 방어 태세도 실전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State Duma,하원)는 중앙은행과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은행(Sberbank) 등이 자체적으로 드론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을 무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드론 공격은 주로 에너지 시설에 집중됐으나, 이번 조치로 금융 인프라까지 방어 대상에 포함됐다. 아나톨리 악사코프 하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들이 자체 비용으로 방어 시스템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렉산더 쇼킨 러시아 경영인연합회 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주요 기업들이 인프라 보호를 위해 중화기 및 전자전 시스템 구매를 직접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러시아의 금융 산업이 전시에 준하는 방어 체계로 완전히 편입됐음을 의미한다.

영국, 러 제재 회피용 '암호화폐 네트워크' 정조준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서방의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보도된 영국 정부의 조치에 따르면, 영국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이른바 '섀도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러시아 크렘린궁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A7 네트워크'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조지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등록된 기업들이 포함됐다.

특히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HTX(구 후오비)가 제재 명단에 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영국은 HTX가 러시아 금융 부문에 자금과 경제적 자원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TX 측은 "전 세계적으로 엄격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으나, 이번 조치로 러시아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자금 흐름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국제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금융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은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활용하려는 법적 근거를 공고히 하려 하고, 러시아는 이를 '국가 자산의 탈취'로 규정하며 사법적·물리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적·제도적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 시장의 신뢰도 저하와 함께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의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국이 주도한 암호화폐 거래소 제재는 기존 중앙집중식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서방이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향후 동결 자산 환수 소송의 결과와 러시아 금융권의 방어 시스템 구축이 실질적인 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