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기가 부른 '민간→군수' 대전환, 수혜 업종은
EU 재무장 예산 수천억 유로 집행… 완성차 수주 경쟁 본격화
EU 재무장 예산 수천억 유로 집행… 완성차 수주 경쟁 본격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매체 CNBC는 11일(현지시각) 메르세데스-벤츠가 같은 날 ILA 2026 베를린 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서 뮌헨 기반 드론 스타트업 타이탄 테크놀로지스(Tytan Technologies)와 드론 요격 차량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폭스바겐이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Rafael)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부품 생산 협약에 서명하고, 르노가 드론 제조업체 튀르기 가야르(Turgis Gaillard)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메르세데스까지 방위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하며,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군수 전환이 동시다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G-클래스가 드론 킬러로… 연내 양산 목표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프린터 밴과 G-클래스 군용 버전을 기반으로 한 이동형 방공 시스템 '드론 디펜더(Drone Defender)'를 개발한다.
이 플랫폼에는 탐지 센서와 요격 드론 발사대가 탑재되며, 요격 드론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비행체를 개발하는 타이탄 테크놀로지스가 공급한다. 타이탄은 올 여름 뮌헨에 새 공장을 열고 연말까지 월 3000대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방공 장비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타이탄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협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최고경영자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고, 유럽이 방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방위 관련 활동은 핵심 자동차 사업의 보완적 역할에 그칠 것이며 전체 사업에서 작은 비중만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CNBC에 "확립된 방위 기업과 스타트업, 민간 기업들을 연결하는 중매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공장 전환, 르노는 드론 월 600대 생산
폭스바겐의 방위산업 진출은 더 절박한 배경에서 나왔다. 폭스바겐의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5% 급감한 89억 유로(약 15조 7164억 원)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44% 줄어든 69억 유로(약 12조 1846억 원)로 '디젤게이트'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폭스바겐은 올해 3월 2030년까지 독일 내 5만 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니더작센 주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일자리 2300개를 지키기 위해 폭스바겐은 라파엘과 해당 공장을 이스라엘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부품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이 계획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올해 1월 프랑스 국방 조달청(DGA), 방산업체 튀르기 가야르와 손잡고 장거리 타격 드론을 개발한다고 발표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복귀했다.
르노 최고성장책임자 파브리스 캉볼리브(Fabrice Cambolive)는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방부로부터 드론 산업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리의 산업·생산·설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튀르기 가야르를 위해 드론을 월 최대 600대 생산할 계획이다.
EU 재무장 예산이 만든 구조적 전환
시티(Citi) 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이 흐름을 "자동차 말고 뭐든(Anything but Autos)"이라고 명명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깊은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다.
2025년 연간 판매량은 소폭 늘어난 1330만 대에 그쳤으나 2019년 정점 대비 여전히 250만 대 적은 수준이다. 2026년 들어서도 유럽 판매가 제자리를 걷는 사이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유럽 납품량은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
스톡스600(Stoxx 600) 자동차 지수는 최근 5년간 30% 하락했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는 시가총액이 절반 넘게 증발했다.
방위 분야로의 전환이 가능한 데는 인력의 기술 이전 용이성이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 직원들의 핵심 기술 상당 부분이 방위산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로렌조 스카라차토(Lorenzo Scarazzato) 연구원은 "이 같은 움직임은 1990년대 군수 생산을 민수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했던 흐름의 부분적 역전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추세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독일 안보방위산업연합회는 EU의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틀 아래 베를린이 수천억 유로 규모의 신규 군비 지출을 개시함에 따라 유휴 자동차 생산 설비를 방위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전환이 단기 수익을 넘어 유럽 산업 재편의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위기 봉합용 일시 처방에 그칠지는 EU 방위 예산의 집행 속도와 완성차 업체들의 실제 납품 역량에 달려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속보] 닛케이지수, 장중 '7만 선' 재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60616133658078210c8c1c064d222108128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