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무역균형 성명 발표 직후 중국산 에어컨 수입 되레 폭증세
10월 담판 시한 앞두고 현대차·기아 관세 리스크에 투자자 촉각
10월 담판 시한 앞두고 현대차·기아 관세 리스크에 투자자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손보겠다고 나선 지 며칠 만에, 정작 관세전쟁의 불씨가 자동차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BC는 지난 1일(현지시각) 유럽연합과 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동성명을 내놓았지만, 폭염 속 중국산 에어컨 수입이 오히려 급증하며 EU의 대중 압박 명분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마로스 세프초비치는 지난달 29일 중국 상무부장 왕원타오와 회담한 뒤 무역 불균형과 수출 통제,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오는 10월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유럽외교협회는 이번 견제의 다음 표적으로 자동차를 지목해, 국내 투자자들도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리스크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EU 대중 무역적자, 지난해 629조원까지 확대
EU의 대중국 상품무역적자는 지난해 15% 늘어난 3600억 유로(약 629조원)에 이르렀다. 27개 회원국 모두 적자를 냈고, 올 1분기 적자는 980억 유로(약 171조원)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장비와 기계류가 최대 수입 품목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폭염이 겹치면서 에어컨 수입이 무역적자를 한층 키우고 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가브리엘 와일다우 상무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유럽 산업계의 위기감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역적자를 실제로 줄일 만한 정책 조치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의 창문형 에어컨 '포타스플릿' 주문량은 지난 1일 기준 올해 누적 20만대를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로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이얼, 그리, 메이디 등 중국 3사는 지난해 유럽 에어컨 소매 시장의 32%를 점유했다. 유럽 5대 에어컨 브랜드 가운데 역내 기업은 하나도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유율을 20% 안팎으로 집계했는데, 미국의 90%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의 대EU 에어컨 수출액은 올 상반기 37억 6000만 달러(약 5조 752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늘었다.
삼성·LG, 유럽 냉방 수요 공백에 기회 엿본다
유럽의 낮은 에어컨 보급률은 국내 가전업체에도 시장 공백으로 해석된다. 가정 보유율이 20% 안팎에 머물러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아시아 가전업체들이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유럽 소매 시장에서 하이얼, 그리, 메이디 등 중국 3사가 이미 32%를 장악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 EU 관세전쟁 다음 표적 되나
투자업계에서는 EU가 예고한 대중국 견제 조치의 방향에 주목한다. EU 집행위는 이번 성명에서도 현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태양광 부품과 소액 수입품 관세 면제 폐지 등 개별 산업 규제를 이미 강화했다.
앤드루 스몰 유럽외교협회 국장은 새로운 통상 조치가 중국의 경쟁이 핵심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거나 중국이 무기화할 수 있는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희토류와 화학, 자동차, 중장비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가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점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판매 전략은 EU의 대중국 견제 강도에 따라 반사이익과 경쟁 심화라는 상반된 영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화 환율도 변수로 꼽힌다. 3일 기준 유로·원 환율은 1725원 안팎, 달러·원 환율은 1529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가전·자동차 기업은 원화 약세 국면에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럽 내 생산과 부품 조달 비용이 함께 오르는 부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번 성명에서 실제 수입 할당량이나 이행 체계를 약속하지 않았다며, 이를 유럽의 추가 보호무역 조치를 늦추기 위한 연막이라고 평가했다.
롤랑드버거의 드니 드푸 글로벌 대표는 이번 성명을 몇 년 만의 첫 합의라며 진전으로 인정하면서도, EU 대중 수입의 절반이 자동차와 기계 등 기술제품에 몰려 있는 구조 자체가 유럽 산업에 위협이며 시간이 갈수록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