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는 국채 바이백으로 장기금리 압박…워시는 시장 신호 중시
월가 “근본 문제는 재정적자…개입만으로 해결 어려워”
월가 “근본 문제는 재정적자…개입만으로 해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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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를 둘러싸고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돈의 가격’을 누가 결정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서로 다른 접근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 등 재무부가 가진 정책수단을 동원해 급등한 시장금리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반면에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이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채권시장이 스스로 금리를 형성하도록 하고 그 가격 신호를 통화정책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다.
로이터통신은 베선트 장관과 워시 의장이 미국 금융정책의 핵심 질문인 정책당국이 금리라는 ‘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워시가 채권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베선트 “금리 상승, 경제 기초여건 반영 안 해”
베선트 장관은 최근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주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를 미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가 5% 가까이 오르는 상황을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베선트 장관의 전략은 높은 금리가 경제에 주는 이자 부담을 낮추면서 성장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뿐 아니라 신규 국채의 만기 구성을 조정할 수 있고 은행들이 국채시장에서 더 많은 거래를 중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는 방안도 지원하고 있다.
몰리 브룩스 TD증권 미국 금리전략가는 “재무부가 장기물 국채 입찰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며 “이것이 다음 정책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 “시장 이상 아닌 재정적자가 금리 밀어올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상당수 투자자는 베선트 장관이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이 시장 기능의 이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 끈질긴 인플레이션,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대규모 국채 공급 등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까지 겹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도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반영한 ‘재정 프리미엄’이 장기금리에 추가로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를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가격 관리’라고 비판했다.
드러켄밀러는 과거 직장에서 베선트와 워시 모두에게 멘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국채금리를 억지로 누르려 할 경우 미 재무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HN파이낸셜의 윌 컴퍼놀 거시전략가는 “현재 미국 국채가 과도하게 매도됐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 억누르면 압력은 달러로 이동할 수도
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까지 오르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으면 압력이 다른 금융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는 베선트 장관의 바이백 확대 발표 이후 달러화가 하락한 점을 그 사례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시장가격을 한쪽에서 억제할 경우 다른 자산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재무부의 정책수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파드라익 가비 ING 글로벌 금리·채권전략 책임자는 예정에 없던 국채 바이백을 활용하는 것이 확대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무부가 장기금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는 한계도 있다.
정부의 현금관리와 막대한 자금조달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국채 발행 일정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시는 반대로 “시장이 금리를 더 결정해야”
워시 의장은 베선트 장관과 다른 방향을 강조해왔다.
그는 연준의 기존 소통정책 일부를 축소하고 시장이 금리를 형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준이 모든 금융시장 움직임에 개입하기보다 시장가격이 경제와 재정상태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재무부보다 훨씬 강력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
단기 기준금리를 직접 결정할 수 있고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팔아 금융여건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워시는 바로 이런 수단을 과거 연준만큼 자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오랫동안 연준의 대규모 자산매입을 비판해왔으며 이런 개입은 금융시장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과 물가라는 연준의 두 가지 목표는 기준금리 정책을 통해 달성하고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은 예외적인 상황에 국한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국채 위험 신호까지 연준이 지워버리나
이 논쟁에는 미 국채를 얼마나 안전한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노 루스티그 스탠퍼드대 금융학 교수는 최근 펴낸 아스펜연구소 논문에서 국채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정책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채권 가격 등의 흐름을 보면 시장은 이미 미 국채를 이전보다 위험한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연준과 정책당국은 여전히 사실상 안전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차이는 장기금리가 급등할 때 중요해진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채금리가 오른 것인데도 정책당국이 이를 단순한 시장 기능 장애로 판단해 개입하면 미국 정부의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장의 경고 신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시가 채권시장에 더 큰 역할을 맡기려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결국 문제는 ‘재정적자’
로이터는 시장 개입 여부를 둘러싼 베선트와 워시의 접근법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이 한 가지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한다고 전했다.
국채 바이백 규모나 발행 만기를 조정하고 시장의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미국의 장기금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 원인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막대한 재정적자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투자자는 늘어난 공급과 정부 부채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가비 ING 글로벌 금리·채권전략 책임자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경제성장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지만 결국 워싱턴이 어려운 재정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정책 조치 없이 적자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결국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시장에 적극 개입해 높은 장기금리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려 하고 워시 의장은 반대로 시장이 금리를 통해 경제와 재정의 위험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도록 하려 한다.
로이터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접근이 잭슨홀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는 한 장기금리를 둘러싼 압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