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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야시장·농악·난타... 앞마당 행사에 313년된 청도 석빙고 보존·활용 기준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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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야시장·농악·난타... 앞마당 행사에 313년된 청도 석빙고 보존·활용 기준 세울 때

2018·2022년에도 농악 공연…지난해 국가유산 야행 이어 올해 야시장
영국 문화유산은 발걸음·공연 저주파 계측…취약부 확인해 이용 방식 조정
보호구역 1만346㎡…시설 배치·허가 절차에 야시장 재원·지속 운영 구조도 점검
청도읍성 석빙고. 1713년 축조된 보물로, 앞마당에서 공연과 야간행사가 이어지면서 활용과 보존 관리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이미지 확대보기
청도읍성 석빙고. 1713년 축조된 보물로, 앞마당에서 공연과 야간행사가 이어지면서 활용과 보존 관리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313년 된 보물 청도 석빙고 앞마당이 다시 공연장이 됐다.

지난 12일 시작된 ‘청도읍성 어울림야시장’에서는 차산농악과 난타가 펼쳐졌다.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체험부스도 들어섰다. 올해 야시장은 오는 19일과 10월10일, 17일까지 모두 네 차례 열린다.

석빙고 앞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9월 청도차산농악 정기발표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날뫼북춤과 상주농악, 진주삼천포농악도 함께 공연했다.
2022년 6월에도 차산농악 정기발표회와 천왕기싸움 공연이 이틀 연속 석빙고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청도읍성 일대가 국가유산 야행 무대가 됐다.
석빙고와 도주관·동헌·향교 등을 연결해 국악 공연과 미디어파사드 등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올해는 다시 석빙고마당에 야시장이 들어왔다.

청도읍성 석빙고 앞마당에서 열린 차산농악 공연. 반복적인 행사 이용에 따른 보존 관리 기준이 쟁점이다. 사진=청도군이미지 확대보기
청도읍성 석빙고 앞마당에서 열린 차산농악 공연. 반복적인 행사 이용에 따른 보존 관리 기준이 쟁점이다. 사진=청도군


청도 석빙고는 1713년 축조돼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현존하는 국내 석빙고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천장은 무너지고 반원형 홍예 4곳과 내부 구조가 남아 있으며 보호구역은 1만346㎡다.

청도군이 관리하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도 진단·정기조사 자료를 축적해왔다.

사람을 막는 대신 변화를 잰다…해외 문화유산의 관리 방식


해외 문화유산도 관광객과 공연을 무조건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계속 찾고 행사가 반복되는 만큼 문화유산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장기간 측정한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가 관리하는 18세기 케들스턴홀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오가는 마블홀 석재 바닥의 움직임과 균열을 10년 넘게 추적했다.

반복되는 발걸음의 진동으로 석판 아래 모래·석회층이 빠져나가면서 일부 석판이 움직이고 균열과 파손이 이어지자 레이저 스캔으로 변화를 확인한 뒤 손상이 집중된 중앙부의 출입만 제한했다.

영국 케들스턴홀 마블홀 석재 바닥 조사 현장. 반복된 관람객 통행으로 일부 석판에 균열과 변형이 발생해 장기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사진=TJC Heritage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케들스턴홀 마블홀 석재 바닥 조사 현장. 반복된 관람객 통행으로 일부 석판에 균열과 변형이 발생해 장기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사진=TJC Heritage
영국 케들스턴홀 마블홀의 균열이 발생한 석재 바닥. 사진=TJC Heritage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케들스턴홀 마블홀의 균열이 발생한 석재 바닥. 사진=TJC Heritage


공연이 열리는 문화유산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한다.

영국 햄프턴코트궁전에서는 매년 여름 약 3주간 열리는 음악축제의 진동을 수년간 측정했다.
건물 전체에 미친 영향은 작았지만 무대 주변의 오래된 창호와 기존 손상부는 저주파 진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행사 내용 자체를 바꾼 사례도 있다.

궁전 그레이트홀에서 뮤지컬 ‘시카고’ 공연을 준비할 당시 보존 전문가들은 격한 탭댄스가 만든 진동이 회화에 균열을 내거나 가구 접합부를 느슨하게 하고 도자기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연진과 협의해 탭댄스 대신 충격이 적은 재즈 중심으로 안무를 바꾸고, 악기 진동을 줄이기 위해 일부 곡은 무반주로 진행했다.

문화유산 활용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상태를 측정하고, 위험이 확인되면 공연 방식과 동선을 조정한 것이다.

청도 석빙고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농악과 난타, 야시장 같은 행사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석빙고 앞마당을 관광·문화공간으로 계속 활용하려면 보존 상태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행사 전후 기존 균열과 석재 이격 상태를 살피고 공연장 위치와 진동값을 기록하면 장기간 이용에 따른 변화를 비교할 수 있다.

보호구역 1만346㎡…시설 배치도 관리 대상


석빙고의 상태를 관리하려면 행사 때 어떤 시설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청도 석빙고 보호구역은 1만346㎡다.

현행 문화유산법 시행령은 국가지정문화유산과 보호구역 안에 도로·관로·전선·공작물 등을 설치하거나 소음·진동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현상변경 허가 범위에 두고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도 문화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음·진동은 검토 대상이다.

야시장에서는 푸드트럭 자체보다 무대와 전기배선, 급배수 시설, 발전기·차량의 위치가 중요하다.
이런 시설이 석빙고 보호구역 안까지 들어왔다면 설치 방식과 관련 허가·협의 절차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공연장과 석빙고의 거리, 시설 배치도, 허가·협의 기록을 확인하면 실제 운영이 문화유산 보호 기준에 맞았는지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석빙고 활용을 이어가려면…야시장 운영 기반도 남아야


석빙고 앞마당을 관광·문화공간으로 계속 활용하려면 문화유산을 지키는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사를 누가 운영하고 어떤 재원으로 이어갈 것인지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이번 야시장은 화양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지역 활동가들이 체험부스 운영에 참여한다.

화양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는 총 98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된 뒤 화양어울림센터와 게이트볼장, 소공원·쉼터 조성, 중심가로 활성화와 지역역량 강화사업 등이 추진됐다.

야시장은 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 조직과 지역 활동 기반을 실제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전체 행사비와 재원, 공연·체험·시설·홍보에 각각 얼마가 투입되는지와 주민·상인이 어느 정도 운영에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

올해 네 차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민과 상인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면 야시장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의 야간관광 콘텐츠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사업비가 끊길 때 함께 멈춘다면 98억원을 들여 만든 지역역량과 운영조직이 실제 자생력으로 이어졌는지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청도읍성 야시장의 지속성은 결국 두 축에 달렸다.

313년 된 석빙고의 변화를 꾸준히 관리하면서도, 주민과 상인이 스스로 행사를 이어갈 운영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심현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mhb74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