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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니켈 붐의 그늘, 산둥성에 쌓인 500만 톤 슬래그 더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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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니켈 붐의 그늘, 산둥성에 쌓인 500만 톤 슬래그 더미 논란

최대 니켈선철 생산업체 신하이테크놀로지 제련 폐기물, 농경지와 저수지 턱밑 위협
강화된 생태환경법에도 저장 위치·환경 시험 미공개… 부동산 침체로 건축자재 재활용 차질
오토클레이브 안정성 시험 둘러싼 업계 표준 갈등… 지자체 묵인 속 폐기물 축적 심화


중국 니켈 산업의 폭발적 성장 뒤편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산업 부산물 슬래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니켈 산업의 폭발적 성장 뒤편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산업 부산물 슬래그. 사진=로이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 수요 급증을 타고 폭발적인 호황을 누려온 중국 니켈 제련 산업의 화려한 외형 뒤편에서, 처리되지 못한 수백만 톤의 유독성 산업 폐기물이 농촌 마을을 집어삼키는 환경 재앙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중국 동부 산둥성의 대표적 농업 지대인 린이시 주난현 자오산마을 들판 한가운데에는 면적 20만㎡, 최고 높이 40m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 산(黑山)'이 밀과 옥수수밭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거대한 인공 언덕의 정체는 중국 최대 니켈선철(NPI) 합금 생산업체인 산둥신하이테크놀로지(Shandong Xinhai Technology)의 제련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산업 부산물인 '니켈 슬래그(Nickel Slag)'다.

국가 차원의 경제 성장과 친환경 규제 준수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중국 산업계의 고형 폐기물 재활용 처리 역량 한계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축자재 시장 붕괴, 그리고 지방정부의 느슨한 환경 규제 집행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9월 2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와 중국 유력 경제 매체 차이신(Caixin)의 공동 취재 보도에 따르면, 신하이테크놀로지는 지난 8월 15일 발효된 새 생태환경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니켈 슬래그 저장소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환경시험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수지 1.2km 앞 40m 폐기물 산… "비 오면 황갈색 침출수 쏟아져"


현장에서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갓 생산된 니켈 슬래그를 산 정상과 비탈면에 끊임없이 쏟아붓고, 불도저가 이를 평탄화하는 과정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짙은 분진 기둥이 흩날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문제는 슬래그 더미의 대부분이 덮개 없이 대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부지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 지역 주민 수만 명의 주요 식수원이자 농업 관개용수인 자오산 저수지가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작은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슬래그 산과 마주한 마을 주민들은 12층 아파트 높이의 폐기물 더미가 폭우 시 대규모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검은 분진이 날아와 주택 지붕과 농작물을 덮치고, 장마철에는 산비탈을 따라 황갈색 유출수가 쏟아져 개울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회사 측은 하천 둑을 따라 철조망과 12m 간격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비 인력을 배치해 주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관할 주난현 생태환경국은 해당 부지가 신하이테크놀로지의 산업용 토지로 지정된 '임시 저장 시설'이기 때문에 별도의 공식 환경영향평가(EIA)를 거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허중위우 신하이테크놀로지 총괄 매니저는 총 비축량을 약 500만 톤으로 추산하며 부지가 침투 방지 처리를 마쳤다고 주장했으나, 차이신이 요구한 침투 방지 시공 서류나 환경 감리 사진 등의 객관적 증빙 자료는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

현지 환경영향평가 문서에 따르면 공장의 연간 슬래그 배출량만 600만 톤에 달해 실제 누적량은 500만 톤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매립 적발되자 야반도주식 이전… 부동산 침체로 모래 대체재 수요 급감


이번 폐기물 위기는 수년간 누적된 규제 위반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025년 6월, 산둥성 환경 당국은 신하이테크놀로지의 슬래그 처리 자회사인 린이롱파신소재가 방첸마을의 노천 매립지에 차수막 등 침투 방지 시설도 없이 폐수를 하천으로 직접 방류하던 현장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고 적법 시설 건설을 명령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2025년 초 100대 이상의 덤프트럭을 동원해 24시간 내내 수백만 톤의 슬래그를 현재의 자오산마을 부지로 옮겨 싣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련 부산물을 상업적으로 소화할 퇴로가 막혔다는 점이다.

신하이테크놀로지는 자회사를 통해 슬래그를 분쇄한 뒤 콘크리트용 천연 모래를 대체하는 '기계 가공 모래(인공 모래)'로 전환하는 연간 1,100만 톤 규모의 처리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공장의 슬래그를 전량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중국 전역을 휩쓴 장기 부동산 침체와 인프라 착공 급감으로 상업용 콘크리트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인공 모래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여기에 2018~2020년 호황기 당시 일부 파렴치한 유통업자들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콘크리트 배합이 엄격히 금지된 불안정한 전기로 제강 슬래그를 니켈 슬래그 모래에 몰래 섞어 유통한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서 슬래그 가공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점도 판로를 막는 원인이 됐다.

'오토클레이브 안정성 시험' 표준 충돌… 팽창 위험 둘러싼 기술 공방


해법을 둘러싼 국가 산업 표준 논쟁도 폐기물 처리를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4년 콘크리트용 니켈 슬래그 모래 사용에 대한 두 가지 산업 표준을 동시에 승인하며 혼란을 자초했다.

신하이테크놀로지가 공동 초안자로 참여한 표준은 일반 콘크리트 시험체의 단순 팽창률만을 평가하도록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건축자재연합회가 주도하는 대체 표준은 슬래그 골재를 고온·고압 상태에 노출해 장기적 체적 무결성을 검증하는 '오토클레이브(고압 증기 멸균) 건전성 시험'을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하이테크놀로지 측은 섭씨 200도가 넘는 극한 환경 시뮬레이션은 일상 건축 환경과 무관한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표준 제정에 참여한 건설 전문가들은 니켈 제련 슬래그에 포함된 산화마그네슘 결정체인 페리클레이스(Periclase) 성분이 실온에서 수십 년에 걸쳐 극도로 서서히 수분을 흡수하며 팽창하는 위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한다.

오토클레이브 시험을 거치지 않은 불완전한 골재가 대형 교량이나 건축물에 투입될 경우 장기적으로 구조물 균열과 붕괴라는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하이테크놀로지는 주택도농건설부가 마련 중인 고형 폐기물 포괄 활용 국가 표준의 개정과 함께, 산둥성 르자오와 린이를 잇는 신설 고속도로 포장 공사에 수백만 톤의 슬래그가 채택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산둥성 자오산마을에 들어선 500만 톤 규모의 니켈 슬래그 산은, 자원 안보와 전기차 밸류체인 장악을 위해 질주해 온 중국 원자재 가공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응축해 보여준다.

결국, 부동산 거품 붕괴로 환경 친화적 부산물 재활용 사다리가 끊어진 상태에서, 지방정부의 지역 경기 방어와 업계의 기술 표준 완화 로비가 맞물리는 한 환경 정의와 주민 안전을 볼모로 한 산업 폐기물의 시한폭탄은 중국 전역에서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