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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앤트로픽 아모데이... 경영권 영구지배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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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앤트로픽 아모데이... 경영권 영구지배의 마술

아모데이 앤트로픽 창업자/사진=앤트로픽 이미지 확대보기
아모데이 앤트로픽 창업자/사진=앤트로픽
단 한 주의 주식이 회사 전체 의결권의 절반을 넘는다. 앤트로픽이 상장 투자 설명서에서 밝힌 지배구조는 이렇게 요약된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7명은 신설 법인 '파운더 LLC'의 구성원이 되고, 이 법인이 보유한 클래스F 보통주 단 1주가 전체 발행주식 의결권의 50.1%를 행사한다. 수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회사의 운명이 사실상 주식 한 장에 묶인 셈이다.

이 구조가 가능한 것은 델라웨어주 일반 회사법 덕분이다. 주주들이 정관에 합의하기만 하면 주식마다 의결권을 달리 설계할 수 있다. 팰런티어처럼 외부 투자를 대규모로 유치한 후기 스타트업들이 이미 클래스F를 활용해 왔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클래스B 주식으로 각각 의결권의 약 60%, 85%를 쥐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복수의결권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관행이다.

앤트로픽의 설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 노골성에 있다. 지분율과 의결권의 괴리를 단계적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단 1주에 과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지분이 아무리 희석되더라도 창업자의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이론상 창업자 측의 경제적 지분이 바닥까지 줄어도 50.1%라는 숫자는 그대로다. 의결권이 언제 소멸하는지, 이른바 일몰 조항이 어떻게 규정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구 지배'라는 표현은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앤트로픽은 2023년에도 '장기 공익 신탁(LTBT)'이라는 독특한 지배구조 기구를 도입했다. 인공지능의 안전과 공익을 지키기 위해 단기 이익을 좇는 주주로부터 경영 판단을 분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 신탁은 이사회 선출에 관여하면서도 아모데이 최고경영자와 그의 여동생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할 수는 없다. 견제 장치가 가장 강력한 두 사람 앞에서 멈추는 구조다. 외부 주주는 의결권에서 밀리고 내부 견제 기구는 핵심 인물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이들의 판단을 바로잡을 주체는 누구인가.
물론 반론도 있다. 우선 의결권은 아모데이 개인이 아니라 공동 창업자 7명이 함께 보유한다. 1인 지배와는 결이 다르다. 7명이 합쳐 50.1%라는 수치도 저커버그나 머스크 개인의 지배력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 무엇보다 창업자들은 다른 클래스F 발행 사례와 달리 배당권을 포기했다. 지배력은 갖되 그로부터 경제적 과실을 챙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수가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이익을 누린다는 복수의결권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앤트로픽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의 바이런 디터가 지적했듯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는 장기적 의사결정은 혁신 기업에 분명한 이점이다. 분기 실적에 쫓기는 경영진이 인공지능 안전에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의가 제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지배구조의 가치는 경영진이 옳을 때가 아니라 틀렸을 때 드러난다. 창업자의 철학이 옳은 방향을 가리키는 동안 견제 없는 경영은 속도와 일관성이라는 장점을 낳는다. 하지만 그 철학이 길을 잃거나, 창업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기거나, 처음의 사명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이 의결권을 이어받게 될 때 이 구조는 그대로 약점이 된다. 고칠 장치가 없다는 사실은 좋은 시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앤트로픽이 다루는 것은 평범한 소비재가 아니다. 스스로 인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첨단 인공지능이다.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일수록 의사결정의 정당성과 책임성은 더 엄격하게 요구돼야 한다. 공익을 위해 주주를 배제한다는 논리는 그 공익을 누가 정의하고 누가 검증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소수의 창업자가 공익의 유일한 해석자가 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위험하다.

한국은 1주 1의결권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허용한다. 그마저도 상장 후 최대 3년까지만 유지할 수 있다. 성장 초기에는 창업자의 비전을 보호하되, 공개 시장에 들어선 뒤에는 일반 주주와 같은 규율을 받으라는 취지다. 이 기준에 비추면 앤트로픽의 구조는 창업자 보호의 범위를 한참 넘어선다.

결국 핵심은 시한과 견제다. 복수의결권 자체를 악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 끝나는지, 그 사이에 누가 무엇을 감시하는지다. 앤트로픽이 진정으로 장기적 공익을 내세운다면 의결권 소멸 조건을 명확히 하고, 장기 공익 신탁에 핵심 경영진까지 견제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1주의 지배가 영구 지배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식 한 장에 회사의 미래를 맡기는 실험이 성공하려면, 그 한 장을 쥔 이들부터 스스로를 묶는 장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