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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트럼프 극렬 충성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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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트럼프 극렬 충성파

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장  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장
충성의 설계자, 백악관의 열쇠를 쥐다

스티븐 밀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선거에 진 권력은 대개 둘 중 하나를 고른다. 몸을 낮추고 협상에 나서거나, 진영을 더 단단히 묶고 맞서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뒤쪽을 택했다. 11·3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지 사흘 만인 6일(현지시간), 백악관 비서실장을 수지 와일스에서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밀러를 "내가 가장 신뢰하는 참모 중 한 명"이라 부르며 11월 9일 월요일부터 비서실장을 맡는다고 적었다.

물러나는 와일스는 2기 백악관의 균형추였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인 그는 엄격한 관리로 1기를 괴롭힌 잦은 인사 교체와 언론 유출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병 중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비켜서지는 못했다. 와일스는 '트럼프 정치조직'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율하던 관리자가 물러난 자리에 신념이 뚜렷한 이념가가 들어서는 셈이다.
밀러는 1985년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태어났다. 진보 성향이 강한 동네에서 자란 그는 고교 시절부터 다문화주의와 이민 문제를 두고 학교와 부딪쳤다. 듀크대에 다닐 때는 보수 논객으로 이름을 알렸다. 졸업 뒤에는 하원의원 보좌진을 거쳐 강경파로 꼽히던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세션스는 훗날 트럼프 1기의 첫 법무장관에 오른다. 이민 억제라는 신념이 이때 정치 언어로 다듬어졌다.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6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던 대선 캠프에 연설문 작성자로 합류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거친 구호에 문장을 입힌 사람이 밀러였다. 1기 백악관에서는 선임고문과 연설문 책임자를 지내며 스티브 배넌과 함께 이른바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를 썼다.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제도(DACA)를 단계적으로 없애자고 트럼프를 설득한 인물도 스티븐 밀러이다. 행정명령 한 장으로 국경의 문턱을 바꾸는 방식이 그의 주특기가 됐다.

2기에 들어 그의 무게는 더 커졌다.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과 국토안보보좌관을 함께 맡으며 '연간 100만 명 이상 불법 이민자 추방', '하루 3000명 체포·추방' 같은 정책을 밀어붙였다. 업무 범위도 이민에 그치지 않았다. 국토안보와 정책을 함께 쥔 덕에 대통령이 내세우는 거의 모든 국내외 과제에 손을 댈 수 있었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됐을 때 트럼프는 그 사실을 몰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고, 이 일은 강경 단속을 주도한 밀러의 막후 권력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다뤄졌다.

이번 인선이 던지는 신호는 분명하다. 선거에 진 뒤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던 트럼프가 돌연 밀러를 고른 것을 두고 민주당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반응도 거칠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밀러를 "위험한 외국인 혐오자이자 무모한 극단주의자"라고 불렀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 후보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밀러가 변호사부터 구해야 할 것이라며 의회와 법원에서 그의 정책에 맞서겠다고 했다. 상·하원을 모두 잃은 대통령이 하필 야당이 가장 싫어하는 참모를 백악관 한가운데 세운 것이다.

트럼프, 백악관 비서실장 교체⋯후임에 강경파 밀러


물론 비서실장은 정책을 설계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일정과 사람을 다루고, 부처 사이의 다툼을 정리하고, 의회와 거래할 통로를 여는 자리다. 이 자리의 성패는 신념보다 조정력에 달려 있다. 트럼프는 밀러를 "훌륭한 관리자"이자 "정치 감각이 아주 좋은" 인물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그가 와일스처럼 내부를 조용히 묶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입법 대신 행정명령이, 타협 대신 소송이 정치를 이끌 공산이 크다. 밀러는 이 방식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다.

한국으로서도 지켜볼 대목이 많다. 비자와 인력 이동, 대미 투자 현장의 고용 관행, 통상 협상의 온도까지 백악관의 우선순위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협상 상대가 실용적인 조율자에서 원칙을 앞세우는 강경파로 바뀌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밀러의 이력을 관통하는 것은 충성과 일관성이다. 지지자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반대자들에게는 타협을 모르는 극단으로 보인다. 그 일관성이 집권 후반기의 백악관을 단단하게 만들지, 고립시킬지는 이제 '설계자'가 아니라 '관리자'가 된 그가 보여 줄 몫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