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역은 단지 중국 사람들이 역을 일컫는 속칭일 뿐, 정식 명칭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주(周)나라 이전의 하(夏)나라, 은(殷)나라 때도 분명히 역서가 존재했었지만, 그 역시 중국 사람들이 자기들 것이라 주장하는 것일 뿐 사실 어디에 살던 누구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이 역을 자기들 것이라 주장하기 위해 얼마나 허황된 말을 꾸며 냈는지는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주역이 누구에 의해 쓰여졌느냐고 물으면 중국인들은 복희씨와 신농씨가 썼다고 대답한다. 복희씨는 연대를 알 수 없는 고대의 제왕으로, 어느 좋은 가문의 처녀가 산둥성의 연못 속에 남아 있는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회임을 하여 낳았다고 한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비범하여 백성들에게 수렵과 어로의 방법을 가르쳤고, 잡은 짐승을 불로 요리하는 방법도 가르쳤다고 한다.
또한 복희씨는 태어날 때 문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중국인들은 이때부터 문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어느 날 복희씨가 황하에서 키가 팔 척이나 되는 요마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 용마의 등에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팔괘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용마하도(龍馬河圖) 선천팔괘(先天八卦)다.
다음은 신농씨. 그 역시 고대의 제왕으로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신인데, 백성들에게 농경 기술과 의약, 음악 등을 가르쳤다고 한다. 신농씨 역시 어느 날 흐르는 물에서 신령한 거북이 한 마리를 보았는데, 거북이 등에 이상한 문양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신구낙서(神龜洛書) 후천팔괘(後天八卦)다.
주역의 64궤는 이렇게 복희씨의 선천팔괘와 신농씨의 후천팔괘가 합쳐져서 만들어졌고, 이것을 주나라 문왕이 정립해 완성했다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말이 나온다. 신농씨의 사위이자 후계자인 헌원이 태어날 때 육십갑자(六十甲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헌원이 누구인가. 바로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나오는, 배달국 14세 환웅인 치우천황과 73회나 싸우고 굴복했다는 그 헌원이 아닌가.
중국 ‘사기’의 상황오제기(三皇五帝記)를 보면, 헌원은 장수 응룡을 시켜 치우천황을 죽였으며, 왕좌에서 물러나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고 한다. 치우천황에게 완패한 자를 오히려 치우천황을 죽인 자로 둔갑시켜 놓은 것이다. 그런데 천하의 일인자를 이긴 자가 왜 왕좌를 내던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을 했을까.
하나씩 살펴보면 ‘사기’의 기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우선 복희씨가 선천팔괘를 발견하고 신농씨가 후천팔괘를 발견했고, 육십갑자는 헌원이 태어날 때 갖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역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억지임을 안다.
태극팔괘가 있으려면 음양오행이 먼저 있어야 하고, 음양오행이 있으려면 육십갑자가 먼저 있어야 한다. 육십갑자가 있으려면 먼저 십간십이지가 있어야 한다. 즉 십간십이지에서 육십갑자가 나오고, 육십갑자에서 음양오행이 나오며, 음양오행에서 태극팔괘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나의 학문이 완성되려면 당연히 이런 순서를 밟아야 할진대, 중국의 주장은 하늘에서 팔괘가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팔괘 안에 음양오행이며 육십갑자가 전부 다 있는데, 한참 후에 헌원이 육십갑자를 갖고 태어났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육십갑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비, 바람, 구름, 번개쯤이야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알아야 할 텐데 어째서 치우천황에게 73회나 무참히 패했는가. 오히려 치우천황이 천둥과 비를 일으켜 산하(山河)를 바꾸었고 안개, 구름, 번개 등을 마음대로 부리며 열두 제후의 나라를 제패했다. 치우천황은 십간병사는 물론 십이지지신을 마음대로 부릴 줄 아는 분이었던 것이다.

복희, 신농, 헌원 모두 ‘사기’의 삼황오제기에 등장하는 황제로서, 진짜 있었던 역사라기보다는 신화적인 요소가 짙다. 실제로 ‘사기’에 삼황오제에 대한 기록이 첨가된 것은 당나라 때부터이다. 역사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전해 내려오는 인물에 가상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신농과 헌원은 모두 소전의 자손인데, 소전은 배달겨레인 고시씨(高矢氏)의 후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농과 헌원은 모두 배달겨레이며 동이족이다. 헌원이 한족의 시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데도 중국인들은 자기네 조상이라고 우긴다. 사실 나라도 없던 시대에 존재했던 상고 시대의 인물을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김영기 설봉 김영기 역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