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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표류①] 밥그릇 싸움에 막힌 ‘공공의료데이터’...2년째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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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표류①] 밥그릇 싸움에 막힌 ‘공공의료데이터’...2년째 허송세월

의료계·시민단체, “개인정보 활용한 보험사 영리활동 반대”
보험사, “소비자 실익 커…우려 과도”…건보공단, 중재안 마련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이미지 확대보기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계 밥그릇 싸움으로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이 또 한 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공의료데이터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진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정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보유하고 있는데, 민간에서도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2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활용은 소비자 실익이 큰데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 등이 개인정보와 영리활동에 대한 우려로 반대가 극심하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보험사들에 의료데이터를 제공해 개개인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헬스케어 관련 산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당사자 간 충돌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0월 31일 건보공단 측은 공공의료데이터 개방과 관련해 “보험사를 포함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보니 어느 한쪽의 의견만 들어 일방통행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공단은 중재자로서 당사자 간에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들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료데이터는 보험사 헬스케어 산업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로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 시행과 함께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2021년 7월 삼성생명과 KB생명(현 KB라이프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6개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심평원의 경우 제한적으로나마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있지만, 공단 측 승인은 전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의료데이터는 현재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각각 약 3조4000억 건, 3조 건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의 양·질적인 측면에서는 건보공단 데이터가 훨씬 우수하다. 심평원 데이터의 경우 연단위, 질병별 등 연속성이 없는 분절된 통계 데이터인 반면, 건보공단 데이터는 연속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계열 통계 데이터와 건강검진 결과, 보험료 자료 등이 있어 활용성이 훨씬 좋다.

다만 의료데이터 개방을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개인정보 노출과 영리활동에 대한 우려로 격렬히 반대해 공단 측도 섣불리 데이터 제공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으로)가능성 낮은 질환에 대한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가능성 높은 질환은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미 유병자 보험이 활성화돼 있고, 되레 유병자 시장이 보험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커서, 의료계가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의료계가 비급여 데이터 등 진료내역 노출에 대한 거부감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분은 공익보호지만, 결국엔 진료내역 노출에 따른 가격 유출에 대한 거부감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