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뉴욕증시와 상업거래소에 따르면 WTI는 배럴당 79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원유 수요가 여전하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 상승은 CPI물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유가는 미국 휘발유 소비 감소 전망에 더해 수요 둔화를 시사하는 각종 지표가 나오면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주말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64달러락한 배럴당 75.3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2.5% 하락한 79.5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지난 7월 중순 이후 최저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내년 1인당 휘발유 수요가 높은 가격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시민들이 차량 운행을 자제하면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위험이 낮아지고 수요 전망이 둔화하면서 지난 3주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미국 최대 원유 저장 허브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비축량이 지난주 11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의 기술적 지표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이 과도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중국의 국의 10월 원유 수입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潘功勝) 총재는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차기 장관급 회의를 준비하면서 수요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이 회의에서 자발적 감산을 내년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미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하강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은 이날 미 소비자들의 지난달 인플레이션 전망이 완화됐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 중앙값은 9월 3.7%에서 지난달 3.6%로 0.1%p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목표로 삼는 2%에 도달하는 데는 앞으로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3년 뒤 물가상승률은 9월 전망치와 같은 3%였다. 미국 10월 CPI는 14일 장이 열리기 전 노동부가 발표한다. 뉴욕증시에서는 10월 CPI가 3.3%에 그쳐 9월치 3.7%에 비해 0.4%p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하강이 이번에 다시 확인되면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이 났다는 확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금리인상이 끝나는 것을 전제로 내년 6월부터는 첫번째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시장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마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신용 강점이 더 이상 이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