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달러 스케일 AI 인수 등 공격적 투자…내부에선 '방향 잃었다' 비판
인스타그램 성공 재현 노리지만 왓츠앱·메타버스 실패 전철 우려…시장 평가는 냉랭
인스타그램 성공 재현 노리지만 왓츠앱·메타버스 실패 전철 우려…시장 평가는 냉랭

AI 기술의 잠재력이 무한한 만큼, 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는 당연한 절차다. 저커버그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운영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약 140억 달러(약 19조4628억 원)를 들여 AI 데이터 전문기업 '스케일 AI'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 거래로 스케일 AI의 기업가치는 290억 달러(약 40조3042억 원)로 평가받았으며, 스케일 AI의 알렉산드르 왕 창업자는 메타에 합류해 신설된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를 이끈다. 인재 영입 전쟁에도 참전했다. 저커버그는 2억 달러(약 2780억 원)가 넘는 보상 패키지를 직접 제안하며 애플, 구글, 오픈AI 등에서 최소 11명의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공격적인 투자는 재무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메타의 올해 자본 지출은 지난해의 세 배가 넘는 약 700억 달러(약 97조3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타가 약 40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AI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KKR 등으로부터 약 300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의 차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천문학적 투자 뒤편의 균열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지출에도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핵심 프로젝트 '라마(Llama) 4'가 시장의 미미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고, 개발 지연과 비전 부재를 지적하는 비판이 거세다. 메타의 오랜 기업 문화인 '빠르게 만들고 부수기(move fast and break things)' 방식이 정교하고 일관된 방향이 요구되는 대규모 AI 프로젝트와 충돌하며 조직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적으로는 생태계 균열 조짐마저 보인다. 메타가 스케일 AI의 대주주가 되자 경쟁 관계인 구글, 오픈AI 등은 스케일 AI와의 기존 계약을 파기하거나 새로운 협력마저 꺼리고 있다.
◇ 성공과 실패 오간 '사고-만들기' 이력
저커버그의 과거는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2004년 하버드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탄생시킨 것은 '자체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수' 전략의 백미는 2012년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에 사들인 인스타그램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한 해 광고 매출은 약 650억 달러(약 90조3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반면 쓰라린 실패도 있었다. 야심 차게 추진한 메타버스 사업은 수십조 원의 누적 적자만 남겼고, 190억 달러(약 26조4138억 원)를 주고 인수한 왓츠앱은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해 기술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전략이 단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이질적인 조직과 기술을 통합하는 데서 어려움을 겪는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메타의 기업가치는 올해 예상 EBITDA의 16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이는 레딧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이다. 브레이킹뷰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기존 앱의 가치가 회사 전체의 80%를 웃돈다고 분석했다. 왓츠앱, 메타버스, AI 등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여도가 시장 기대를 밑돌고,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명확한 시너지를 증명하지 못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메타는 AI 시대의 승자가 되려고 '구매'와 '구축'을 병행한다. 하지만 두 전략의 결합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오히려 다양한 조직, 기술, 인력의 급격한 혼합이 방향 상실과 실행력 저하를 부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메타의 사례는 혁신 기업에도 '구매와 구축의 화학적 결합'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경고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전략의 일관성과 조직 문화의 조화가 관건임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