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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통화갈등·글로벌 무역악화…힘빠진 달러보다 금투자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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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통화갈등·글로벌 무역악화…힘빠진 달러보다 금투자 선호

각국 중앙은행 '금 투자 열풍', 달러 지배력 약화에 대응
금 가격 장기적 상승세 전망, 월가 투자자 적극 매입 추천
인기 높아지자, 금괴 밀수 및 불법 금 유통 암시장도 확대

지난 3년 동안 스위스의 제련소 로고가 찍혔으나, 실제 제련소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킬로바'로 불리는 1kg짜리 금괴가 최소 1000개 발견되었다. 약 500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년 동안 스위스의 제련소 로고가 찍혔으나, 실제 제련소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킬로바'로 불리는 1kg짜리 금괴가 최소 1000개 발견되었다. 약 500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3개월 동안 금(金) 시세는 무려 15% 가까이 올라 온스당 1500달러(약 182만 원)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지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6년 만에 최고치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유럽의 금융 완화 전망, 무역 마찰 악화 등을 재료로 '안전자산' 금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진 것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가상화폐 등 새로운 통화의 대두 또한 실물 유형의 최고 자산인 금 투자자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금값이 상승하면서 헤지펀드의 금 선물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금 포지션이 안정됨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와 광산 관련주의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마저 미국과 달러의 지배 체재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 최고의 안전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모으기 열풍에 동참하는 등 전 세계가 금 수요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무역 및 통화 갈등으로 세계 시장이 술렁이는 가운데, 안전 자산으로의 광택이 달러보다 높아진 금(金) 시장의 동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금 시세 3년만에 최고점, 헤지펀드 금 선물 투자 급증

최근 금 시세는 2016년에 기록한 최고점을 3년 만에 경신했으며, 헤지펀드의 금 롱 포지션(매수)은 거의 12년 만에 최대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한 금 선물은 자금 피난처로서 수요가 재연되면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단기간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긴장, 여기에 글로벌 제조업 둔화의 조짐이 가세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 세계 경제에 대한 걱정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

자금의 최고 안전 피난처로 꼽히는 금으로 회귀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절정을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외한시장과 증시가 요동치는 것도 금 수요를 자극했다.

결국 금은 올해 초의 일시적인 상승 사이클에서 완전히 탈피해 안정된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롱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또 금에 대한 포지션이 안정됨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와 광산 관련주의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 ETF 'SPDR골드셰어즈(SPDR Gold shares)'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 각국 중앙은행 '금 투자 열풍', 달러 지배력 약화에 대응


황금 애호가의 투자가 항상 이성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은 미국이 금본위제와 결별을 선언한 1971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금을 구입했다. 중앙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 따라 금값은 1년 6개월 동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마저 미국과 달러의 지배 체재가 약화될 것을 전망하고 있으며,덕분에 최고의 안전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모으기 열풍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에 구입한 금은 총 651.5t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70억 달러(약 30조3399억 원)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터키 등 세 나라의 구입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폴란드, 헝가리, 인도도 이에 가세했다. 특히 최근 금사재기에 가세한 헝가리는 지난해 10월 단기 투자 목적이 아닌 장기적인 안정을 이유로 금 보유량을 10배로 늘렸다.

금은 공급량이 한정돼 있으며, 특정 기관이나 국가이 발행한 채권과는 성격이 달라 신용 리스크나 카운터파티 리스크(counterparty risk, 거래상대방 위험)를 수반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 덕분에 최고의 안전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식이나 채권 등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금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며, 바로 이점이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금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다.

중앙은행들의 금사재기 대열을 유발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환 준비금을 다변화하기를 원하는 신흥국들 사이에서는 달러의 비중을 줄이는 반면, 이를 가장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금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에 적기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 금 가격 장기적 상승세 전망, 월가 투자자 '적극 매입' 추천


중앙은행들이 금을 모으고 있는 것은, 오직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고 달러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예방 조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시장에서는 금 수요가 공급을 계속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값 상승세가 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해 '신흥국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Mark Mobius)는 각국 및 지역 중앙은행의 세계적인 금융 완화를 배경으로, 금값이 장기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비우스 캐피탈 파트너(Mobius Capital Partners)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모비우스는 "금의 장기적인 전망은 상승, 상승, 상승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금 공급이 증가, 증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솔직히 말해, 어떠한 수준에서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따라 상식을 벗어난 것처럼 지폐를 찍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등 새로운 통화의 대두를 통해 실물 유형 자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거기에는 금도 포함된다. 금은 자산뿐만 아니라 통화로도 역할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10% 정도를 금 현물로 보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인기 높아지자, 금괴 밀수 및 불법 금 유통 '암시장'도 확대


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위조 금괴 밀수'다. 최근 주요 제련소의 로고가 찍힌 불법 금괴들이 세탁을 위해 글로벌 금 시장에 나돌고 있으며, 그 수량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제련소와 은행경영진들은 "금괴 위조는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약상이나 군벌들에게 이상적인 자금 조달처"라고 하소연한다.

지난 3년 동안 스위스의 제련소 로고가 찍혔으나, 실제 제련소에서 생산되지 않은 골드바는 최소 5000만 달러(약 605억 원)어치에 이른다. 로이터통신은 제련소와 은행, 기타 업계 소식통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위스의 대표 금 제련소 4곳에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 임원 중 4명은 시장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킬로바'로 불리는 1㎏짜리 금괴가 최소 1000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는 매년 약 200만∼250만개가 생산되는 글로벌 공급량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량이다. 그러나 스위스 최대 제련소 발캄비(Valcambi)의 최고경영자(CEO)인 미셸 메사릭(Michael Mesaric)은 "최근 가짜 킬로바 제조는 매우 전문으로 이뤄진다"면서 위조품은 워낙 정교해 수천개 이상의 킬로바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견된 것보다 훨씬 많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제련소 경영진과 은행가들은 가짜 킬로바가 어디에서 누구가 제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에서 가장 많이 출발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홍콩과 일본, 태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주류 금 딜러의 승인을 통해 전 세계 시장 공급만으로 빠르게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와 기타 주요 골드바 브랜드를 불법 복제하더라도 국제 사회의 감시망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인 아프리카와 남미, 북한 등을 금괴 위조의 위협 장소로 꼽았다.

다만 이러한 추측에 대해 중국 금 시장을 규제하는 상하이금거래소는 성명을 통해, "위조된 바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거나 중국을 통해 운반되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하이금거래소는 "철저한 납품과 보관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금이 창고에 들어가는 과정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규정을 준수한다"고 항변했다.

발견된 위조 금괴들은 즉시 마크를 도용한 제련소로 돌려줬고 일부는 아시아 영업소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스위스로 돌아온 바들은 스위스 당국이 압수한 것으로 제련소들은 전했다. 스위스 세관도 2017년과 2018년에 스위스의 4대 제련소 중 3곳이 포함된 위조 바 655개가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연인 티치노(Ticino) 지방 검사들에게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관세청 관계자는 "모든 경우에서 1㎏ 바의 표시는 가짜였다"면서 "티치노 검찰은 용의자 일련번호가 적힌 금괴 3건을 접수했다고 확인했지만, 더 이상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한 금은 17만t 정도로, 숨겨지거나 개인이 공개하지 않은 것을 모두 합쳐도 20만t 정도에 그친다. 이는 올림픽 공식 수영장 서너개를 채울 정도일 뿐이다. 이처럼 전 세계의 금 보유량 자체가 넉넉지 않은 만큼, 새로운 금 수요가 발생하면 크게 출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금 시장의 생리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유럽연합(EU)의 리세션(경기 침체)이 가속화하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금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