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오너 경영 명과 암] 미래 먹거리 키우는 보령…'투자 재원 확보'라는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오너 경영 명과 암] 미래 먹거리 키우는 보령…'투자 재원 확보'라는 시험대

우주 헬스케어 투자 확대…장기 성장동력 육성
세포독성항암제 앞세워 글로벌 CDMO 사업 본격화
국내 제약 산업은 신약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내의 목소리다. 하지만 산업계의 오랜 숙제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다. 오너 일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결여로 발생하는 문제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약사들, 오너 경영의 명과 암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 종로 보령 사옥 전경. 사진 = 보령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종로 보령 사옥 전경. 사진 = 보령

보령은 지난해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이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대표는 보령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사회행정약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삼정KPMG를 거쳐 지난 2014년 보령에 합류했다. 회사 내 주요 부서를 경험한 그는 대표이사 취임 후 전문의약품 사업을 기반으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도 글로벌 CDMO 사업과 우주 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보령은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3대 성장 축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우주 생명과학을 장기 핵심 성장 분야로 삼고 연구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령은 국내 전통 제약사 가운데 드물게 우주를 미래 사업 영역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주 사업은 보령의 전략적 사업이지만, 제약은 우리의 핵심 사업"이라고 밝히며 본업인 제약 사업 경쟁력 강화와 우주 사업 육성 기조를 재확인했다. 보령은 지난 2022년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어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을 개발 중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에 6000만달러(약 918억 원)를 투자하며 우주 생명과학 분야 진출에 나섰다. 또 지난 2023년에는 액시엄 스페이스와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해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 확보에도 나섰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 헬스케어는 단기적 성과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미래 전략 사업"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는 우주 환경을 활용한 R&D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사업에 대해 "오랜 제조 경험과 품질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CDM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보령이 보유한 국내 생산 인프라와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강조했다.

이 같이 보령은 중장기 성장 전략의 또 다른 축으로 글로벌 CDMO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포독성항암제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보령은 지난 2020년 미국 릴리의 항암제 '젬자' 국내 권리 인수를 시작으로 '알림타'와 프랑스 사노피의 '탁소텔' 등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을 잇달아 확보하며 관련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또 지난해 사노피와 탁소텔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계약을 종결하며 19개 국가 및 지역에서 글로벌 판매에 나섰다. 충남 예산캠퍼스를 중심으로 항암제 생산 역량도 키워왔다. 예산캠퍼스는 유럽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EU-GMP) 인증을 획득한 생산시설이며 보령의 글로벌 CDMO 사업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대만 제약사 로터스를 대상으로 알림타 공급을 시작하며 글로벌 CDMO 사업을 본격화했다.

보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360억 원과 영업이익 85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약가 인하 소송 관련 회계 영향이 반영됐음에도 매출 2554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다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 나갈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보령 관계자는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필요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신규 사업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은 존재하지만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들이 대부분 중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투자 성과를 입증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황소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wangsw7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