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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제29회 한국무용제전 '아리랑 아홉고개'가 남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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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제29회 한국무용제전 '아리랑 아홉고개'가 남긴 뜻은?

홍은주(리을무용단) 안무의 '바라기Ⅳ-웃음에 관한 천착'
홍은주(리을무용단) 안무의 '바라기Ⅳ-웃음에 관한 천착'
한국춤협회(이사장 백현순 한국체대 무용과 교수)는 지난 4월 2일부터 1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아리랑 아홉고개’란 제목으로 한국창작무용을 선보였다. 이틀 간격으로 공연된 축제는 초청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동북청년 무용단을 포함한 열 두 팀이 참가한 무용 축제였다.

아시아권의 춤과의 교류는 우리 춤의 국제화를 위한 바람직한 포석이다. 이 춤 축제는 1981년 창립된 한국무용연구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한국춤의 보존과 한국 전통 춤사위를 이용한 창작무용은 초창기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무용제전은 늘 정체성을 찾아가는 춤 테마를 잡아왔다. 금년 한국무용제전은 춤 주제로 ‘아리랑 아홉고개’를 선택했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영원한 테마다.
박덕상(타무천 예술단) 안무의 '시린 겨울 송백의 온기-세한도'
박덕상(타무천 예술단) 안무의 '시린 겨울 송백의 온기-세한도'
백정희(BJ 무용단) 안무의 '와락(파괴된 스물여섯개의 우주)'
백정희(BJ 무용단) 안무의 '와락(파괴된 스물여섯개의 우주)'
국내 초청작으로는 2014년 한국무용제전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윤수미 무용단의 '나비잠 Ⅱ',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하나무용단의 김미숙 안무의 '아름답거나 혹은 슬픈…',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창무회의 김지영 안무의 '살아리'가 초대됐다. 한국 춤의 새로운 문화 원형을 추구하는 흔적을 더듬어 가는 작업은 미래의 춤 발전을 위한 좋은 텍스트로 기능한다.

금년에 출품된 모든 작품들이 주제에 밀착되고, 국내외의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을 투자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이 단체는 김기화(김기화 무용단) 안무의 '독도며느리'를 최우수작품상,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를 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김용철(섶 무용단) 안무의 '부름, Calling'
김용철(섶 무용단) 안무의 '부름, Calling'
정향숙(임학선 댄스위 무용단) 안무의 '마녀들, Witches'
정향숙(임학선 댄스위 무용단) 안무의 '마녀들, Witches'
경합에 오른 홍은주(리을무용단) 안무의 '바라기Ⅳ-웃음에 관한 천착', 성재형(SSUM 무용단) 안무의 '그립고 그리운 아리랑', 박덕상(타무천 예술단) 안무의 '시린 겨울 송백의 온기-세한도', 백정희(BJ 무용단) 안무의 '와락(파괴된 스물여섯개의 우주)', 김용철(섶 무용단) 안무의 '부름, Calling', 정향숙(임학선 댄스위 무용단) 안무의 '마녀들, Witches', 김기화(김기화 무용단) 안무의 '독도며느리',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김남용( 김남용 무용단) 안무의 '진달래 꽃' 아홉 편이었다. 김남용 안무의 '진달래 꽃' 등은 작품이 좋았으나 기 발표된 작품으로 수상에서 배제됐고, 백정희 안무의 '와락(파괴된 스물여섯개의 우주)' 등은 한국 창작무용 자체의 춤사위 구사와는 다른 연극에 가깝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고득점을 받지 못했다. 출품작에 대한 보다 세밀한 심사규정과 사전 정지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무용제전’은 우리 춤의 전문 어휘를 구사하는 수준 높은 기량을 요구한다. 다양한 상징과 수사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할 것을 제시하는 은유와 신비감으로 제전의 의미를 살려왔다. 부단한 노력으로 춤 결(潔)을 다듬어 왔고, 새로운 의미형성으로 현학적 춤을 보여 주어왔다. 출품작들은 이런 취지를 알고 춤의 중심축이 되는 작품을 출품해야한다.

김기화(김기화 무용단) 안무의 '독도며느리'
김기화(김기화 무용단) 안무의 '독도며느리'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새로운 문화원형을 창출하는 원초적 소스로서 자유로운 창작정신을 존중해온 한국춤협회는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통합과 조화의 새로운 통일 춤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넘어 통일로 가는 춤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과 환희의 대서사를 연출해야한다. 한국창작무에 대한 전통의 연결과 새로운 시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다.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윤덕경(윤덕경 무용단) 안무의 '싸이클-아리랑과 베사메무쵸'
성재형(SSUM 무용단) 안무의 '그립고 그리운 아리랑'
성재형(SSUM 무용단) 안무의 '그립고 그리운 아리랑'
한국무용제전의 정서유발성 춤 창작작업은 뉴 크리티시즘의 그물망에 포획될 수 있는 내용과 소재로써 꼭 치러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우리 것이 점점 소멸되고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한국적 정서의 창작춤은 춤판을 벌리기조차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춤축제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무용인들의 숙제이다. 따라서 춤축제에 참여하는 출품작들이 시대를 통찰하는 춤의 전형과 좌표로써 각인될 때 관객들은 춤에서 생의 약동을 느낄 것이다. 지속적 우유(寓喩)가 숨어있는 한국무용제전의 작품들, 내년의 화사(華辭)를 부를 작품들이 기다려지는 것, 이것이 한국무용제전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