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곰탕을 먹고 나서 또다른 나주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나주 3미(味)로 불리는 나주 곰탕,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가 있다. 여기에 전통한정식과 송현불고기를 포함시켜 나주 5미(味)라고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동네 골목에서 연탄구이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먹거리의 풍성함인지 아니면 연탄의 위험성 때문인지 좀처럼 연탄불에 구워먹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숯불구이처럼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것보다는 미리 구워 나오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연탄불에 구워지면서 기름이 쏙 바진 고기 맛은 담백하며 향긋한 불내음이 일품이다. 연탄불고기는 숯불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던 추억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송현불고기는 문을 연 지가 벌써 30년이 넘어 40년 가까이 다되어 간다고 한다. 오직 하나의 메뉴를 가지고 오랫동안 그 맛을 지켜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메뉴는 불고기 단 하나였다.
불고기 2인분을 시켰더니 소박한 밑반찬과 상추를 내어준다. 건더기 없어 보이는 맑은 된장국은 구수한 맛이 난다. 코를 자극하는 듯한 냄새를 풍기면서 불고기가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2인분 치고는 작은 듯했다. 알고 보니 고기가 얇아 금세 식기 때문에 따끈할 때 1인분을 먼저 먹게 한 뒤 나머지 1인분을 내겠다는 세심한 배려였다.
고기의 식감은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고기에 상추쌈을 해 먹어본다. 상추에 고기를 듬뿍 넣고 된장을 얹어 먹은 뒤 풋고추 먹는 맛은 투박하지만 너무 매력적이다. 상추는 달착지근하고 아삭한 맛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달콤한 고기 맛에 싱그러운 맛을 입혀주는 듯하다.
먹는 내내 불고기의 향긋한 맛 속에서 어머니 생각이 났다. 본인보다 아들에게 먼저 고기 한 점 얹어 쌈 싸주던 맛을 이곳에서 느껴본다. 소박하면서 정겨운 연탄불고기는 잊고 있었던 추억의 맛을 되살려주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