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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마켓 보고서] '미닝아웃'으로 소비와 가치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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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마켓 보고서] '미닝아웃'으로 소비와 가치를 동시에

③ MZ세대, 가치 투자로 '떡상' 노린다
명품 뿐 아니라 중고에도 관심…경험소비와 희소성에 열광
친환경 키워드에도 응답, 사회·환경 도움되는 제품 '픽'

'MZ세대'는 지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내년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MZ세대의 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거나, MZ세대 공무원이 공직사회 조직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이들 세대의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 유통가의 흐름도 사실상 MZ세대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작은 참여라도 소중히 여기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반영해 ‘가치소비’, ‘이색협업’ 등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유통업계 움직임과 대표 상품 등을 <MZ세대 마켓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코엑스에 있는 번개장터의 '브그즈트 랩 2호점'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던1 스니커즈' 모음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번개장터이미지 확대보기
코엑스에 있는 번개장터의 '브그즈트 랩 2호점'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던1 스니커즈' 모음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번개장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을 선호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다면 구매하고,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하며 SNS를 통해 자신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전파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란 희소하고 귀한 것을 지칭하기도 하고, 때론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명품으로 '플렉스'(고가품을 구매해 소비력을 과시하는 것)를 하다가도 한정판 중고 물품에 열광한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MZ세대가 행하는 가치 소비의 일종이다.

◇ 명품 구매는 ‘소비’가 아닌 ‘투자’…심리적 만족·보상 중시


MZ세대는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도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제품을 과감히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52.1%가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자기만족’을 50% 이상이 꼽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사은품을 얻기 위해 커피 몇 잔을 더 마시는 것도 그들에게는 플렉스”라며 “MZ세대의 플렉스는 과시보다 심리적 만족과 보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16년 13조1100억원에서 2018년 14조3400억원, 2020년 14조996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2869억달러(344조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 감소했지만 국내 시장은 크게 늘었다. 올해는 이미 15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을 선호하는 MZ세대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백화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내년까지 해외 명품을 대폭 확대하는 리뉴얼을 진행하고, 잠실점에 이어 강남점과 분당점 등도 새롭게 개편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3분기 강남점에 중층을 도입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을 여는 등 대대적인 공간 혁신에 나섰다. 내년 초 에르메스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샤넬까지 유치하기 위해 브랜드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의 명품 구매 성향은 중고 시장으로 옮겨갔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이달 8일까지 중고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5% 늘어났다. 특히 20대의 중고 명품 구매가 264% 늘었다. 이는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활발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한정판 중고 신발을 고가에 사고팔며 이윤을 남기는 ‘스니커테크(운동화+재태크)’는 경험소비와 희소성에 열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신문화다.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스니커즈 '나이키 퀀도1'의 리셀(재판매) 가격은 발매 직후 3배까지 뛰었다. 뽑기 방식인 래플(Raffle) 형태로 한정 수량만 풀린 데다가, 배우 류준열과 혜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한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끈 효과로 풀이된다.

전설적인 프로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이 직접 신고 뛰었던 '1984년 나이키 에어십 운동화'는 지난달 소더비 경매에서 147만2000달러(약 17억3100만원)에 팔렸다.

중고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관련 업계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을 인수한뒤 올해에만 3곳의 오프라인 리셀 매장을 열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가입자 100만명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스니커즈가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한 것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주식 등과 달리 소액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는 점이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스니커즈 제작 브랜드 입장에서도 MZ세대를 공략하는 건 큰 이득”이라며 “대부분 완판돼 수익을 내기도 좋을 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젊은 층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고픈 가치 반영…‘지속가능한 소비’ 중요해져


MZ세대는 최근 ‘제로웨이스트’와 ‘재활용 가능 소재’ 같은 친환경 관련 키워드에도 응답하고 있다.

이들에게 소비란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증명하는 일종의 표현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MZ세대는 단순히 비싸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 제품의 무해성, 회사 경영인의 도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가치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한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 10명 중 9명이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또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 6월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인식'을 보면, 응답자의 68.8%는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제품 구매 시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을 고를 의향이 있냐는 항목에는 71.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유통가에서는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지속가능한 소비’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현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거나 희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연말을 맞아 친환경을 앞세운 ESG 캠페인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무가 아닌 에코백으로 만든 ‘롯데면세점 ESG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였다.

이마트는 2006년 선보인 친환경 브랜드 '자연주의 친환경'을 최근 '자연주의'로 교체했다. 환경·윤리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사진=이마트이미지 확대보기
이마트는 2006년 선보인 친환경 브랜드 '자연주의 친환경'을 최근 '자연주의'로 교체했다. 환경·윤리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2006년 선보인 친환경 브랜드 ‘자연주의 친환경’을 지난달 말 ‘자연주의’로 교체하고, 상품 카테고리 확대와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한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 첫 출시를 목표로 우유, 스낵, 두부, 가정간편식(HMR) 등 자연주의 가공식품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청년농부·스마트농법 등 다양한 가치를 더한 차별화 상품도 선보여 더욱 구색을 늘릴 예정이다.

세탁전문점 탑크리닝업은 지난달 세탁물 수거와 배달에 사용되는 이동 수단으로 친환경 전기 바이크를 도입했다.

이디야커피는 같은 달부터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첫 번째 환경의 날에는 청계산에서 임직원이 참여하는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진행했다.

이케아는 사람과 지구에 긍정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8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한해 ESG 경영이 기업들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념과 가치에 맞는 제품을 소비·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각 업계에서 환경·윤리 등을 중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