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돈과 중국 돈을 바로 바꿀 수 있는 직거래 시장이 1일 열렸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교류사에서 주목할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직거래 된 통화는 미국 달러 뿐 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 바깥에 개설된 위안 화 직거래 시장은 러시아와 일본뿐이다. 그동안은 중국 위안 화를 바꾸려면 우선 홍콩으로 가져가야만 했다. 홍콩으로 간다고 해도 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곳에서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의 시세로 환산한 다음 이들 통화를 거쳐 한 단계 돌려 교환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제 서울에 원 화와 위안 화 직거래장이 개설됨에 따라 이 같은 불편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두 통화를 바로 바꾸면 우선 환전 수수료 면에서 이득이 생긴다. 중개환전 수수료는 0.1% 내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교역규모는 연간 2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20%를 위안 화 로 결제토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 뜻대로 20% 위안 화 거래가 정착된다면 460억 달러가 위안 화 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위안 화 직거래소의 개설로 이 대금의 0.1%에 해당하는 4600만 달러의 환전 수수료가 줄어든다. 앞으로 대중 교역이 더 늘고 그 중 위안 화 비중도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전 수수료 경감이익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될 것이다. 환전 수수료 경감은 위안 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번 직거래 개장으로 3600억 위안(64조원)에 달하는 한·중 통화 스와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또한 800억 위안 한도 내에서 위안 화로 중국 주식·채권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위안 화 적격 해외 기관투자가 (RQFII) 자격도 얻어 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위안 화 표시 채권 발행과 위안 화 대출자산 유동화도 시작됐다. 보다 크게는 우리 금융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두 나라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우리 경제에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 뿐 아니다. 이번 위안 화 직거래장 개설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동경 그리고, 런던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었던 서울이 위안 화 금융 중심지로서 일어 설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키워가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 1996년 원·엔 시장을 열었다가 넉 달 만에 중단한 아픔이 있다.
[김대호 경제진단]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의 숨은 뜻
이미지 확대보기▲우리돈과중국돈을바로교환할수있는직거래시장이개설됐다.사진은개설세레모니모습.왼쪽부터김한조외환은행장,주장정중국대사관공사,최경환부총리,이주열한은총재,권선주IBK은행장.
우리 경제에서 위안 화 거래는 아직도 열악한 편이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수요 공급의 양이 일단 많아져야 한다. 미국 달러화 일변도인 우리 경제 사회의 외국환 편식 현상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위안 화 사용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중요할 것이다. 거래초기에는 시장 조성자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특히 다른 나라 기업들이 우리 직거래 시장에서 위안 화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외국 수요를 끌어들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달러화 하나 만으로 글로벌 경제를 꾸려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G2시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금융면에서 중국은 아직 열악하다. 그런만큼 선점의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당분간 팍스 달러시대가 계속되겠지만 중국 위안화와의 거래 확대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지렛대의 하나가 될 것이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