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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에 ELS 배상까지...은행권, 점포 폐쇄 다시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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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에 ELS 배상까지...은행권, 점포 폐쇄 다시 가속

당국 제동에 폐쇄 속도 주춤했지만…비용절감 등 필요성에 다시 빨라져

2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 제동이 걸렸던 은행 점포 폐쇄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 규제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점포를 유지했던 은행들이 다시 점포 통폐합에 나선 것이다.

이는 올해부터 이자이익 성장세가 꺾이면서 비용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부 주도의 상생금융에 2조원 넘는 금융지원이 있었고, 올해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SL) 배상까지 겹치면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는 5755개로 4년 전인 2019년 말(6714개)보다 959개 줄었다.

은행 업무가 점차 비대면화되면서 은행 점포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점포 폐쇄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는데, 2020년 한 해 동안 303개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고 △2021년 310개 △2022년 294개 등 3년 연속 300개 안팎의 점포가 통폐합됐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놓고 은행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주춤해졌다. 내실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은행의 점포 폐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중 은행 점포는 단 1개도 줄지 않았고 4분기 중에는 4개 점포가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영업점이 가장 많은 NH농협은행만 점포를 6개 줄였다. 또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서울 시내 5개의 점포를 닫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점포 폐쇄에 다시 속도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홍콩 ELS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적게는 수백억원부터 많게는 조 단위의 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상생금융에 2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실시했고, 금리 인상기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은행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오는 11일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1개의 영업점을 인근 지점으로 통합한다고 공지했다. 올해 1월 수도권에서 4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한 지 3개월 만에 2개를 추가로 더 닫는 것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7월 전북 익산에서 영업점 1개를 닫는다고 알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4일 강남역, 남부터미널, 논현중앙, 망원역, 분당구미동, 성수IT, 양재역 등 11개의 영업점을 인근 지점으로 통폐합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 충남도청, 서울역환전센터, 홍대입구역환전센터점을 닫았다. 다만 지난해 인천공항 1사업권을 따낸 KB국민은행은 이들 점포를 닫는 대신 인천 내 3개 점포를 포함해 4개 점포를 추가로 열었다.

은행권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점포 폐쇄는 최소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전히 점포 폐쇄에 대한 당국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데다 그간 불필요한 점포를 상당수 줄였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해 비용절감에 나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국의 압박과 여론을 고려해 점포 폐쇄는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점포를 많이 줄였고, 당국의 조치에 따라 점포 폐쇄는 3개월 전에 공지해야 하기 때문에 2분기 중 점포 폐쇄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