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개사 중 45개사 가계신용대출 ‘취급無’
CSS 역량 부족·대손비용 부담에 ‘외면’
대부분 지방 소재…전문가, 규제 차별화 요구
CSS 역량 부족·대손비용 부담에 ‘외면’
대부분 지방 소재…전문가, 규제 차별화 요구

가계대출이 막힌 비수도권 저축은행들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자금을 집행해 부실이 쌓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서민금융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정최고금리 현실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 79개사 중 절반 이상이 가계대출을 신규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지난해 가계신용대출의 57.1%가 자산규모 1조 원 이상인 31개 저축은행을 통해 공급한 반면, 45개 저축은행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가계신용대출 실적이 미흡한 저축은행은 대부분 지방에 소재한 자산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이다. 서민금융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신용대출은 CSS 구축 등 취급 노하우가 중요한데, 규모가 작은 지방 저축은행들은 자체 CSS를 갖추지 못해 신용대출 취급에 어려움이 크다.
인구 비중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대출공급 실적만 보면 수도권으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각각 50.9%와 49.1%이다. 하지만 차주의 소재지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여신은 수도권에 65.7%, 비수도권에 34.3%가 공급됐다.
지나친 영업규제 역시 지방 저축은행이 가계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의 영업 규제는 유가증권 투자 한도와 영업구역 제한, 의무대출 비율 등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는데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영업구역 제한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에서 의무대출 비율의 차이 때문에 오히려 지방 경제 활성화에 방해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축은행은 원칙적으로 자기 영업구역(지역) 안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영향도 저축은행 업권이 더 받는다.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을 고려해 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금리 상한선 때문에 오히려 2금융권 내에서도 고신용자 선호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 문제를 받아들이고 규제체계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수 영업구역을 통해 사실상 전국 단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저축은행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지역 금융기관’으로만 역할을 한정하게 되면 되레 대출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형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는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비율 산정 시 중견기업도 포함하여 영업기반이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향후 저축은행업권 내 양극화 현상을 고려해 규제체계를 차등화하고 금융산업 내 저축은행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저축은행의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