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 열었던 카토비체 아닌 수도 바르샤바 택해
러·우 전쟁 후 '금융 요충지'로 떠올라
실적보다 중장기 네트워크 구축에 사활
러·우 전쟁 후 '금융 요충지'로 떠올라
실적보다 중장기 네트워크 구축에 사활

유럽우리은행의 폴란드 지점은 이전에 사무소가 있었던 카토비체가 아닌 수도 바르샤바에 자리를 잡았다. 금융·비금융 면에서 바르샤바의 전략적 중요성이 떠올랐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바르샤바는 최근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요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어 지점 또는 법인 설립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해외 수익은 총 3조4425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8.19%를 차지한다. 이 기간 순이익은 2100억1200만원이다.
◇ 바르샤바 개점…“최근 인프라 동향 따져”
우리은행은 2017년 폴란드 남서부 카토비체에서 사무소를 운영해 왔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폴란드 지점은 이미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카토비체 사무소의 지점 승격 형식으로 설립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의 동유럽 거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과 영국 런던 지점을 비롯해 헝가리와 폴란드에 있는 2개 사무소 등 총 4곳이었다.
우리은행이 예상을 깨고 수도 바르샤바로 옮겨가 지점을 세운 것은 금융·비금융 인프라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카토비체 사무소는 과거 중동부 유럽 제조업 벨트의 접근성을 기반으로 설립된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행정, 금융, 인력 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바르샤바가 더욱 부각됐다”고 배경을 말했다.
◇ ‘생후 2개월’ 우리은행 바르샤바지점, 앞으로 계획은
유럽우리은행 바르샤바지점은 현재 지점 설립 초기 단계인 만큼 ‘중장기 네트워크’ 구축과 고객 기반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유럽 법인을 비롯해 바르샤바지점의 실적은 아직 유의미하게 간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한국계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설립한 사무소·지사·법인 등을 상대로 기업금융 영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시간이 지나면 현지 협력사와 인프라 기업 등으로 영업 대상을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다. 바르샤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규모 있는 국내 기업 현지 법인이 진출해 있다.
아울러 최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중동부 유럽 지역의 ‘물 인프라 재건 사업’ 지원도 가시화하고 있다. 단순 금융업을 영위하는 데서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사업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폴란드 지점을 찾았던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유럽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전쟁 복구 시동…동유럽 ‘거점’된 폴란드 바르샤바
여타 시중은행들도 폴란드 바르샤바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IBK기업은행의 폴란드 법인, 하나은행의 폴란드 지점이 각각 개설될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바르샤바 인구는 2024년 기준 171만 명으로, 전체(3751만 명)의 4~5% 내외에 그친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주요 사업지로 떠오른 이유는 러·우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바르샤바는 폴란드 수도로서 전 세계 금융사가 몰려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이 진출하기에 경제적·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라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750조~800조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 수요까지 활발한 상태라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기 유리한 여건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