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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46)] 묘터에 숨겨진 비밀 파헤치기…장재현 감독의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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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46)] 묘터에 숨겨진 비밀 파헤치기…장재현 감독의 '파묘'

장재현 감독의 「파묘」(2024)이미지 확대보기
장재현 감독의 「파묘」(2024)
「사바하」, 「검은 사제들」로 공포영화의 세계관을 굳힌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 한국형 오컬트영화 <파묘>의 메가폰을 잡았다. 총 6개의 장으로 분류되어 대살굿, 풍수지리, 음양오행 등 전통 무속신앙에서 끌어낸 토속적 소재를 다루며 뼈저린 과거의 역사 이야기를 반추할 수 있게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 영화는 오래된 묘를 파서 과거를 들추고 잘못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앞서 개봉된 2개의 영화 중 장점만 가져온 이번 이야기는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자연적 갈등을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어 해결점을 찾는데 전력 투구한 영화이다. 첫 장면 비행기 씬은 이화림(김고은)과 윤봉길(이도현)의 등장에서 영화의 오싹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배경음악은 당대에 잃어버린 도덕적 의미와 인본주의를 상징하듯, 상실된 낙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음악감독 김태성은 굿판에서 북을 활용한 타악기의 울림에 집중한다. 동양풍의 샤머니즘이 영화 전반에 다면적 인식으로 맥을 이루고 ‘굿’의 관점에서 여러 정서와 감동 체험의 자유로운 전개 과정이 두드러져 내적 공명을 준다. 김상덕(최민식) 고영근(유해진) 이화림, 윤봉길로 구성된 4명의 묘벤져스가 흥미의 주축이다. 동양적 오컬트에 샤머니즘 음악이 접목된 효과음악이 사운드트랙을 점유한다.

화림의 대살굿 장면에서 박수무당 봉길이 경문을 외우고 북을 두드릴 때 무당 화림이 칼을 휘두루며 춤을 추는 영상에 장단은 급물살을 타면서 장단은 빨라지는데 염불장단이 뒤섞여 액운을 쫓는 푸닥거리의 굿이 인상적이며 돼지를 겨냥한 도살풀이에서 복잡한 장단들이 화면을 휘감아 굿판의 절정을 이룬다.

다채로운 독자성을 지닌 장단과 쇠못 박는 소리 등이 공통스런 분위기를 자극했다. 실제로 「파묘」 음악은 거의 2곡 정도인데 영상과 캐릭터에 맞춤식 효과음악으로 몰고 간 추세다. 장면의 사건 몰이와 변화를 중시해서 효과음을 보탰고 장르적인 문법을 축으로 사운드를 선별해서인지 각 장마다 포인트가 되는 한국적 삼현육각의 악기를 위주로 음악과 효과음을 믹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양풍의 음악을 각 장면의 연결고리로 활용했고 비쥬얼이 강한 부분에서 전통음악의 멋을 살리도록 한국적 이미지에 충실했다. 2장:이름없는 묘에서 여우, 기순애(이나리신)을 대적하는 대살굿에서 돼지 사체와 연결점을 위해 샤머니즘적 효과음을 증폭하기 위해 핀마이크와 앰프를 동원해서 음악적 액션을 최대한 살린 점이 영화의 백미이다.

3장(혼령)과 4장(동티)는 스토리의 박진감을 보여주고 무게 실린 무속적 요소와 오컬트 효과음악으로 사건이 전환될 때마다 스릴을 격상한다. 관에서 빠져나간 조부의 혼령이 자손들을 찾아갈 때, 해금과 향피리, 북과 방울이 뒤섞여 영상에 꽂힌다. 박씨 장남이 죽으며 남긴 말,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영화의 핵심 포인트로 쇠말뚝 박는 소리와 못질하는 소리가 혼돈스런 현실을 보여준다.

4장: 동티로 잇는 영상은 일본 뱀, 요괴인 누레온나를 죽인 돼지띠 인부에게 동티가 나타나고 첩장에서 튀어나온 일본 장군 혼령과 화림의 충돌에서 화면을 포장하는 북과 못 박는 소리, 공포 효과음과 워터폰이 합세하여 힘을 싣는다. 5장: 도깨비불의 출몰이 영화의 액티브한 장면인데 배경음악은 오컬트 음악과 한국풍의 타악기와 징을 투입했고 6개의 장마다 특성 있는 공포로 축약된다.
각기 다른 감성의 호러를 표출하면서 오컬트란 구심점을 놓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명확하다. 습한 기운과 숨이 막힐 듯한 긴박감이 스펙트럼처럼 지나간다. 냉혹한 일제의 탄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무속 장단 살풀이가 스며들고 신묘한 샤머니즘 풍의 소재를 음악으로 이끌어낸 점이 효과적인 시너지를 창출한다.

6장: 쇠말뚝에서 일본 정령(김민준)을 유인할 때 음악은 관중이 느끼는 딜레마와 악몽의 실체를 담아 불교적 색채에 타악기와 징이 믹서되어 증폭된 사운드는 불협화음의 기묘한 조합을 이루며 어수선한 영상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도깨비불 귀신에 의식을 잃은 봉길과 상덕의 영상에서 요란한 방울소리가 번지며 타악기에 현악기가 첨가될 때 감각은 둔해지고 공포의 심연이 순환된다. 음양오행 사상을 이용한 상덕이 일본장군 귀신을 찌를 때,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시킨 사운드는 긴 여운의 잔상을 준다.

동양풍과 샤머니즘이 오버랩 된 음악이 소리의 맥락을 잇는다. 「파묘」는 일제가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는 잔혹사를 반전시킨 스토리에 걸맞게 음악감독은 예술이 주는 주술적 동력을 전통음악과 접목시켜 심연의 메시지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무한한 교감을 담아 요소 요소에 밀집시켰고, 악기가 각기 부각된 사운드를 내세운 스타일은 결말처럼 고뇌하고 상처받는 영혼들에게 서서히 안식을 준다.

투철한 국가관과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이번 극은 장감독 본연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관과 더불어 인간의 미래를 자연 속에서 점친 기발한 작품 설정에서 그는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세계에 도전하고 유토피아의 소망을 선사하며 카타르시스적 멋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