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타X 고산지대 비행 불허… 중국 DJI 플라이카트가 장악한 에베레스트
기술 패권 경쟁 전장으로 변모한 히말라야, 국내 드론 공급망 다변화 시급
기술 패권 경쟁 전장으로 변모한 히말라야, 국내 드론 공급망 다변화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알 자지라(Al Jazeera)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까지 확산하며 히말라야의 지정학 전장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르지오 고르(Sergio Gor) 남·중앙아시아 특사가 이끈 미국 정부 대표단은 지난 1일 고산지대 수송용 드론의 성능 검증을 목적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방문했으나, 네팔 내무부의 보안 심사 강화 조치로 인해 비행 허가를 받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 시험의 실패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장악을 노리는 미국과 기술적 선점 우위를 다진 중국 사이에서 네팔 정부가 극심한 지정학 고뇌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중 기술 전쟁의 축소판, 에베레스트를 정조준하다
미국 대표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364m)로 공수한 장비는 미국산 고성능 드론인 '알타 X 젠 2(Alta X Gen 2)'다.
이들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6130m에 위치한 1캠프까지 산소통, 사다리, 식량 등 필수 등반 장비를 수송하는 임무를 시험할 예정이었다. 이는 고산지대 등반가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셰르파의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인도적 기술 지원이라는 명분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네팔 내무부는 '드론 비행 절차 준수'와 '안보 민감성'을 사유로 내세워 최종 비행 승인을 거부했다.
네팔 정부 내부 문건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구체적인 거부 배경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현지 외교가와 원정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측의 강력한 압박과 항의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원정대 대행사를 운영하는 현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에베레스트 방문과 신형 무인기 기술 시연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중국 DJI의 독주와 미국의 뒤늦은 추격전
에베레스트의 수송 드론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이 견고한 독점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중국의 드론 제조사 DJI는 2024년부터 '플라이카트 30(FlyCart 30)'을 투입해 고산 수송 성능을 입증했다.
올해는 정식 출시 전 단계인 최신형 '플라이카트 100(FlyCart 100)'을 네팔 드론 전문 기업인 에어리프트 테크놀러지(AirLift Technology)에 전격 인도하며 시장 선점 굳히기에 들어갔다.
밀란 판데이(Milan Pandey) 에어리프트 테크놀러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이카트 100은 해발 6000m 이상의 기후에서도 최대 45kg의 화물을 3분 만에 1캠프로 수송할 수 있다.
왕복 소요 시간은 약 8분에 불과하다. 인간 셰르파가 동일한 무게의 짐을 지고 크레바스가 도사린 위험 지역을 6~7시간 동안 걸어서 왕복해야 하는 처지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효율성이다.
하루 평균 900kg 이상의 물자를 실어 나르는 중국산 무인기는 현지 등반 산업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반면 미국산 무인기는 기술적 격차와 높은 단가라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네팔 현지 성능 평가 결과 미국산 드론은 고산지대의 희박한 공기 밀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단 5kg의 화물만 수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마저 중국산에 크게 밀려 현지 기업들은 미국산 장비 도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 샌드위치가 된 네팔과 한국 공급망의 숙제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대립은 히말라야 국경 지대를 둘러싼 군사적, 전략적 감시 역량 경쟁과 직결된다.
비노즈 바스냐트(Binoj Basnyat) 전 네팔 육군 소장은 외교적 원조나 상업적 기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유입되는 무인 장비들이 국경 지대 신호 정보 수집이나 정찰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스티븐 펠드스타인(Steven Feldstein)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 따라 네팔 정부가 드론 비행 허가를 취소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현상 자체가 강대국 틈에 낀 약소국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에베레스트 드론 사태는 국내 방위산업과 무인기 시장에도 작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산 드론의 수입과 사용을 전면 규제하는 와중에도 정작 에베레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중국 기술력을 대체할 대안을 찾지 못해 고전하는 모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상업용 수송 드론 분야에서 중국 DJI의 기술 독점력은 이미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의 공급망 배제 전략과 중국의 기술 무기화 기조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한국 역시 드론 부품과 핵심 소프트웨어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고성능 무인기 개발 능력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