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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 만에 누적 투자 1조 원… 마인드 로보틱스, AI 공장 자동화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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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 만에 누적 투자 1조 원… 마인드 로보틱스, AI 공장 자동화 판 바꾼다

클라이너 퍼킨스 주도 4억 달러(약 6000억 원) 추가 유치… 기업가치 두 달 새 70% 급등 34억 달러 돌파
휴머노이드 열풍 역주행… "공장에서 재주넘기는 로봇은 필요없다"
리비안 공장 생산 라인에서 마인드 로보틱스의 AI 산업용 로봇들이 정밀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리비안 공장 생산 라인에서 마인드 로보틱스의 AI 산업용 로봇들이 정밀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


제조 현장에서 인간 숙련공의 손기술을 흉내 낼 수 있는 산업용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마인드 로보틱스(Mind Robotics)가 창업 1년도 안 돼 누적 투자금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끌어모으며 미국 제조업 자동화 시장의 새 강자로 급부상했다.

테크크런치와 버딕트(Verdict)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주도로 4억 달러(약 6000억 원)를 신규 조달하면서 기업가치가 34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번의 라운드, 12개월의 기적
마인드 로보틱스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Rivian) 최고경영자(CEO) 알제이 스카린지(RJ Scaringe)가 2025년 말 리비안 사내 프로젝트 '프로젝트 시냅스(Project Synapse)'에서 분사해 세운 회사다.

지난해 하반기 리비안으로부터 독립한 뒤 1억 1500만 달러(약 1725억 원)의 씨앗돈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3월에는 아클(Accel)과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공동 주도한 5억 달러(약 7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를 마쳤다.

이번 4억 달러 추가 유치로 3차례 라운드 합계 누적 투자금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시리즈 A 마감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기업가치가 70% 가량 뛰어오른 셈이다.

이번 라운드에는 메리텍 캐피털(Meritech Capital), SV 엔젤(SV Angel), 레드포인트 벤처스(Redpoint Ventures), A-스타 캐피털(A-Star Capital) 등 신규 투자자가 참여했다.

기존 주주인 아클, 이클립스(Eclipse), 앤드리슨 호로위츠, 베인 캐피털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 프리즘 캐피털(Prysm Capital), 그리노크스(Greenoaks)도 재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바겐(Volkswagen)과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기업형 투자 부문도 이번 라운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이너 퍼킨스 파트너 일리야 푸슈만(Ilya Fushman)은 투자 배경에 대해 "로봇공학은 궁극의 개척지"라며 "마인드 로보틱스는 실제 제조 현장에서 범용 로봇공학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역주행…"공장 가치는 실용성"

마인드 로보틱스가 업계의 눈길을 끄는 건 투자 규모만이 아니다. 테슬라 옵티머스(Tesla Optimus)로 대표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전략 때문이다.

스카린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재주를 넘는 것은 가치를 만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간형 외형보다 실제 제조 라인에서 필요한 손재주, 판단력, 물리적 추론 능력을 AI 모델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 규칙적이고 치수가 일정한 단순 반복 작업에는 강하지만 배선 묶음 처리, 연결부 체결, 소재 재단처럼 작업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공략 지점으로 삼고 있다.

마인드 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AI 기반 모델, 전용 하드웨어, 현장 배포 인프라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엮은 '풀스택(전 과정 일괄 처리)' 구조다.

특히 리비안 일리노이주 노멀(Normal) 공장을 실시간 훈련 환경으로 활용해 로봇이 실제 고용량 생산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고 모델을 갱신한다.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들이 실전 데이터 없이 시뮬레이션에 머무는 것과 달리, 살아있는 공장 데이터를 순환시키는 구조가 투자자들이 꼽는 '해자(경쟁 우위)'다.

스카린지는 WSJ에 올해 안에 상당수 로봇을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비안이 2026년 R2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양산을 늘리면서 자동화를 비용 절감의 핵심 수단으로 지목하고 있어, 두 회사의 협업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이 자체 반도체 개발을 발표한 만큼, 해당 칩을 마인드 로보틱스 로봇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른 상태다.

"세 개 회사, 123억 달러"…스카린지 자금 조달의 비결

테크크런치는 스카린지가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리비안,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 알소(Also), 마인드 로보틱스 등 세 회사에서 총 123억 달러(약 18조 원)를 유치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압도적 비중은 리비안으로, 2018년부터 2021년 기업공개(IPO)까지 110억 달러(약 16조 원) 이상이 흘러들었다. IPO 당시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를 찍었으나 현재는 182억 달러(약 27조 원)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리비안과의 협업 구도도 진화하고 있다. 리비안은 폭스바겐 그룹과 58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우버(Uber)와는 최대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750억 원) 규모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파트너십도 맺은 상태다.

이클립스 파트너 조 파스(Joe Fath)는 스카린지에 대해 "진정한 뛰어난 엔지니어이면서도 탁월한 제품 설계 감각을 동시에 갖춘 드문 창업자"라며 "소비자와 기업 구매자 모두를 움직이는 감성적 요인을 이해하면서 기술적으로도 최정상급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클립스 파트너 지텐 벨(Jiten Behl)은 "그는 기회를 과장하거나 어려움을 축소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만의 예술"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Global Market Insights)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5년 168억 달러(약 25조 원)에서 2035년 333억 달러(약 49조 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도 2035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380억 달러(약 5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상황이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임금 상승 압력에 대응하려는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수요가 이 시장을 밀어 올리는 공통 동력이다.

마인드 로보틱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실제 제조 환경 내 AI 로봇 배치 확대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창업 1년 만에 10억 달러를 넘어선 이 스타트업이 AI와 제조업의 교차점에서 어디까지 치고 나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