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봉(宇峰) 이매방에게 운초(運招) 김은희는 우직한 춤 연마로 내공을 키우던 제자였다. 멋 내기에 바빠 분주했던 제자들과 달리 운초는 춤을 숙성시키며 ‘우봉춤의 미학’에 빠져 들었다. 현장에서 채집한 운초의 춤 언어들은 우봉춤 철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데 선봉이 되었다. 전통춤의 원리를 우봉춤에서 찾은 운초는 점·선·원 연결의 우리춤의 회화성(繪畫性), 극장 구조에 따른 사방춤의 변화 과정을 몸소 보이면서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내 춤은 사방춤이야'는 7월 27일(일) 오후 6시,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주최·주관, 운초 김은희 재현의 우봉의 춤 정신을 이음하는 공연이었다. ‘승무’·‘살풀이춤’ 이수자인 운초의 춤은 우봉이 인간문화문화재로 보유했던 ‘승무’·‘살풀이춤’과 입문 과정에서 배우는 ‘입춤’으로 짜였다. 운초가 스승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올린 리포트는 ‘사방춤’의 원리를 밝히고 춤으로 입증한 소중한 사료였다. 운초가 우봉 춤을 연구한 지 40여 년 만이다.
'내 춤은 사방춤이야'는 사방위(四方位)를 돌며 자연의 순리를 헤아리는 우봉 춤의 특징과 원리를 재조명한다. 운초 김은희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전통춤의 움직임 원리와 본질이 잘 드러나는 무대를 편성, 스승의 춤을 기린다. 운초는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춤을 더욱 올곧게 전승, 보전하는 데 일조했다. 운초는 다양한 형태와 특색의 전통춤을 형성하는 공통적 특징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우리춤의 움직임 원리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는 이론, 연희에 통달한 춤꾼이다.
운초는 우봉의 춤을 제대로 춘다고 평가된다. 선정작에 따른 의상의 고려는 우봉의 바느질과 공연 시의 의상을 염두에 둔 행위 가운데 하나이다. ‘입춤’은 오금을 접고 펴며 사위와 디딤을 오가며, 멈추고 흐르는 전통춤의 완벽한 움직임을 무시(舞始)한다. ‘승무’는 앉았다 일어나면서 시작되어 타고(打鼓)하며 마무리하는 가운데 우봉 빛깔의 다양한 기교적 방법을 전시한다. ‘살풀이춤’은 요염하고 이상야릇한 정과 동을 다 가진 한국적 곡선미를 으뜸으로 표현하였다.





‘입춤’에는 우봉춤의 특징적 춤사위가 모두 들어있다. ‘입춤’의 사위에 수건을 들어 살풀이장단에 맞춰 추면 ‘살풀이춤’이 되고, 장삼에 대풍류음악에 맞춰 느리고 큰 기(氣)의 동작으로 추면 ‘승무’가 된다. 몸을 이해하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춤이며 태극음양의 원리를 준용한다. 춤은 성주풀이 노래에 굿거리장단의 기경결해(奇經結解)에 따라 호흡을 내고 달고 맺고 풀어지는 원리로 음양이 순환하며 태극 곡선으로 이어진 춤길이 사방을 돌며 끊임없이 회전한다.
‘승무’에는 전통춤 사위의 모든 기법이 집대성되어 있다. ‘승무’는 악보가 있는 대풍류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염불과장의 느리고 품격 있는 춤사위는 우아함과 깊이가 있다. 음악에도 법도가 있으며, 기경결해의 구성을 따른다. 무극은 태극이다. 가장 낮고 작게 움추린 자세로 무극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들숨과 날숨의 호흡으로 음양의 에너지가 생성되며 선이 나오고, 그 선의 끝이 서로 맞닿아 하나의 원을 이루기며 반복 순환하는 우주 원리가 담겨있다.
점·선·원의 원리로 원이 완성될 때 춤 길의 에너지는 계속 순환한다. 단전을 중심으로 뻗어 나오는 여러 궤도의 에너지는 원자 모형도의 형태로 우주에까지 뻗어나간다. 인간의 탄생과 삶, 우주의 원리,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생명은 모두 순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운초 김은희는 이번 공연의 3 걸작 가운데 ‘승무’를 통해 신비로운 우주의 자연 이치가 담긴 우리 춤의 움직임 원리를 하나 찍는 것부터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승무 완판을 추었다.
‘살풀이춤’은 즉흥시나위에 맞춰 추는 일종의 즉흥무이다. 개인의 멋, 감정. 표현, 가락을 만들어서 춤을 춘다. ‘몸은 춤이며 자연 자체’이다. 사방춤의 특징을 연구하면서 2016년에는 무대 바닥에 4 태극 모양과 원자모형의 고보를 깔고 춤길을 확인했다. 살풀이춤 1 장단~35 장단까지 춤 길과 몸 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무보를 작성했다. 액자형 무대에서 살풀이춤의 춤길을 원형무대로 옮겨보니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형태의 원자모형과 유사했다.





운초는 우리춤에 대한 태극음양 바탕의 미학성 탐구, 우리춤을 원적 순환의 우주과학적 자연으로 귀결시킨다. 우리춤은 음양의 자연 이치에 따라 움직임이 발생하고, 예술적 몸짓이 됨을 중시한다. 그녀의 춤 활동은 편의상 4기로 나뉜다. 1) 제1기(밀양여중 시절~1982년까지) : 박금슬에게 사사 2) 제2기(1987년~2005년) : 우봉 문하에 입문하면서 무용 수련에 힘쓰던 시기, 승무(1997)·살풀이춤(2002) 이수자 지정 3) 제3기(2006~2014) : 우리춤움직임원리이해 강습회(~현재, 37회), 무악캠프(2009~2014, 2020년까지 14회, 사방춤 원리 연구),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몸이 움직이며 저절로 춤이 되는 내공을 습득 4) 제4기(2015년~현재) : 2015년 우봉의 타계 이후, 우봉의 ‘승무’·‘살풀이춤’ 완판 공연 영상을 교재로 지속적 연구, 후학 지도 및 완판 공연 : ‘수요춤전’(2018, 풍류사랑방), ‘춤인생60년 공연’(2021, 국립국악원 예악당), ‘춤인생 65년 공연’(2025, 서울남산국악당), ‘내 춤은 사방춤이야’(2025, 서울돈화문국악당)
운초(밀양검무보존회 회장, 중앙대 무용학 박사)는 우봉 문하에서 춤을 배웠다. 그녀는 몸의 움직임 원리와 ‘정·중·동’(점·선·원)을 연구했다. 태극음양의 춤길과 몸길이 정리되었다. 몸씀의 빠른 균형감각, 빠른 동작을 느리게하면서 움직임 과정 분석, 그 동작을 회전하면서 점·선·원의 순환 과정을 경험하면 우봉의 사방춤이 되어 춤길과 몸길이 해석되었다. 우봉의 사방춤, 음양, 정중동, 대삼소삼 등의 핵심을 기억하며 ‘입춤’, ‘승무’, ‘살풀이춤’ 완판 무대가 이루어졌다.
운초는 제42회 최우수예술가상(2022,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특별상(2021, 한국춤비평가협회), 전통공연예술진흥원 공로상(국립국악원장상, 2017), 두리무용예술상 전통예술상(2015), 올해의 전통무용가상(2010, PAF), 제3회 우봉이매방춤경연대회 지도자상(2008), 제8회 한발국악전국대회 대상(국무총리상, 2003), 제12회 KBS국약대경연 무용부문 장원(KBS사장. 삼성문화재단이사장상, 2001), 제16회 진주개천한국무용제 특장부 대상(문화관광부 장관상, 1998), 제19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문 입상(1993) 등의 기록이 있다.
운초는 2024년 국립무형유산원의 우수이수자 역량사업에 선정되어 2025년 11월까지 진행하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춤길과 몸길의 원리 바탕의 이매방 살풀이춤 무료강습회를 진행하고 있다. 살풀이춤의 점·선·원의 원리를 도형으로 표시한 무보를 작성하여 살풀이의 움직임 원리 이해 교수지도안을 제작하기도 했다. 춤으로 일생을 관통한 자신의 춤자서전 공연을 올리고, 스승의 타계 10주년을 추모하며 경건하게 진지하게 올린 공연은 갑진 공연의 전례가 되었다.
운초 김은희 재현의 '내 춤은 사방춤이야'는 이론과 실제에서 내공의 힘과 교훈적 실체를 가진 춤이었다. 춤에 대한 의지적 상상력은 설득력이 있었고, 홀춤으로도 꽉 참 느낌을 주는 무대 구성, 남다른 기교가 압도한 무대였다. 예술적 창의력, 관객과의 평면적 공감 기회 조성, 세 갈래의 우봉춤에 대한 궁금증 해소, 남다른 기교로 관음의 도래를 보는 것 같았다. 운초는 우봉춤의 재현으로 스승에 대한 예우를 갖추었으며 관객들과 사방춤 완판의 기쁨을 공유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송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