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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가 바꾼 장례문화 새 풍경…미국 온라인 통한 ‘랜선 영결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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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가 바꾼 장례문화 새 풍경…미국 온라인 통한 ‘랜선 영결식’ 급증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제한 조치 여파로 장례문화까지 바꾸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랜선 영결식’이 확산되고 했다. 사진은 온라인 영결식 서비스 회사 ‘개더링 어스(Gathering Us)’의 사이트 화면.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제한 조치 여파로 장례문화까지 바꾸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랜선 영결식’이 확산되고 했다. 사진은 온라인 영결식 서비스 회사 ‘개더링 어스(Gathering Us)’의 사이트 화면.

지난달 할머니를 잃은 질 프리트먼 씨는 영결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락 다운(도시봉쇄)으로 친족이나 친구의 모임이 금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웠다.

부모와 상의해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통해 1,400달러(약 171만6,400 원)의 영결식을 개최하는 온라인 서비스 회사 ‘개더링 어스(Gathering Us)’를 이용하게 됐다. 프리트먼 씨는 맨해튼의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89세의 나이로 별세한 할머니 브런치 프리트먼의 영결식을 불과 2시간 만에 기획했다.

진행 중 ‘개더링 어스’는 기술적인 면을 처리했다. 롱아일랜드 매장 장면은 생방송됐다. 안장 후 30명에 가까운 화상영결식 참석자들이 비디오에 머물며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며 브런치할머니의 추억을 공유했다. 프리트먼 씨는 모두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면식 이벤트가 미뤄지는 가운데 개더링 어스 같은 온라인 서비스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면서 장례업계의 틈새인 이 분야는 힘찬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죽음과 관련한 작업-영상회의 방식의 영결식 개최부터 문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는 죽음에 대한 자세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러한 성장을 과열 상태로 밀어 넣었다.

데이비드 슬론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온라인 어레인지가 급속확산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이 이 비정상인 상황을 낳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장례식에 갈 수 없다. 묘지에도 못 간다. 작별할 시간도 가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 업 기업들이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관련 온라인 사업은 210억 달러 규모로 업계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나 업계 리더로부터의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래 유저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장례지원 등을 하는 ‘랜턴’의 공동창업자 리즈 에디는 “업계로서는 예상이 무섭게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실제로 영결식을 진행하는 업체를 경우에 따라 소개료를 받고 추천하기도 한다.

‘랜턴’ 이용자 수는 4월 중순에는 전월 대비 61% 증가했다. 보스턴을 본거지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케이크’의 유저 수는 3월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하는 ‘개더링 어스’는 영결식 진행에 특화된 기업이다. 동사 사이트의 4월 제2주의 트래픽은 3월 제2주보다 400% 증가했으며,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팀을 4배인 20명으로 늘리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최근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뒤에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슬론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온라인 기업이 기존의 장례업계에서 대기업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그러한 기업의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공간을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인 장례식을 치르는 업체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업계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가업형 장례식장을 경영하며 장의업계 단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워커 포지는 “사람들은 장례식장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디지털 툴에 대한 친숙함도 있고, 장래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포지는 “문화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툴은 그 새로운 문화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테크놀로지는 가족의 체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에게 온라인 영결식은 기존 서비스보다 이점이 많다. 네바다주 리노의 다니엘 앤더스 씨는 친구의 권유로 24세 아들 도미닉 씨의 가상 영결식을 열었다. ‘개더링 어스’가 행사 진행을 돕고 웰컴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슬라이드 쇼를 틀거나, 가족이 선택한 음악이 나오는 동안 그 중요성을 채팅창을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온라인 영결식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던 앤더스 씨였지만 실제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경험이 됐다. 300여 명이 참석해 아들의 추억을 공유해 준 것에 마음이 움직였다. 온라인으로 한 덕분에 미국 각지에 있는 도미닉의 친구나 가족이 모일 수 있었다고 앤더스 씨는 말하며 “평상시기에 대면으로 했던 경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가해 주었다”고 말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