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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압둘라 요르단 국왕·블레어 전 英 총리 등…사상 최대 조세회피 '판도라 문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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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압둘라 요르단 국왕·블레어 전 英 총리 등…사상 최대 조세회피 '판도라 문건' 파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재계 인사들을 상당수 포함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명단이 폭로됐다.

3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이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도록 조세피난처를 구하는 역할을 한 전세계 14개 금융기관에서 입수한 각종 거래내역, 이메일 등 1190만건에 달하는 파일을 전 세계 117개국의 언론인 6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분석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이른바 ‘판도라의 문건’으로 명명된 이 파일들은 총 용량만 2.94TB로 앞서 ICIJ가 지난 2017년 폭로한 조세회피 명단 ‘파라다이스 문건’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폭로 문건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팝스타 샤키라도 명단에 이름을 올랐다.

◇탈세 방법


판도라의 문건에 담긴 인물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현직 정재계 인사 35명과 공직자 300여명. 14개 금융업체가 전세계 주요 조세피난처에 개설한 은행계좌를 통해 세금을 조직적으로 탈세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ICIJ가 주장하는 내용의 골자다.

이들은 대부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조세 회피처에 설립하는 방법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들과 부호들은 제트기, 초호화 요트, 초고가 저택 등의 형태로 재산을 숨겨놓는 방법을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판도라의 문건 내용 요약. 사진=BBC이미지 확대보기
판도라의 문건 내용 요약. 사진=BBC

ICIJ가 폭로한 판도라의 문건에 따르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지난 1999년 집권한 이래 영국과 미국에서 고급 주택 15채를 부지런히 사들였다. 그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특히 고가 주택에 해당하는 것은 미국 최고의 부촌으로 유명한 말리부에 소유한 대저택과 영국 런던 교외의 부촌인 애스콧에 있는 대저택이다. WP에 따르면 그가 말리부 소재 저택을 포함해 미국 내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들인 돈은 7000만달러(약 830억원) 수준이지만 부동산 매입에 따른 세금은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왕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외국에서 사들인 주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달러(약 1187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중동권의 대표적인 친서방 군주로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상당한 규모의 국제 원조를 받아왔다.

압둘라 2세 국왕의 변호인은 “국왕 개인의 재산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상의 이유로 역외 회사를 이용해 주택을 사들인 것일 뿐”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BBC에 따르면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경우 재산 은닉 의혹까지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역시 판도라의 문건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 부부는 런던 중심가 메릴본에 있는 1100만달러(약 130억원) 규모의 대저택을 지난 2017년 역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매입해 58만달러(약 7억원)가 넘는 양도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메릴본은 영국의 유명인사들이 많이 모여사는 고급 주택가다.

BBC는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영국에서는 불법은 아니지만 블레어 전 총리가 부자들의 세금 탈루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당초 이 주택은 중동국가 바레인의 부호가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블레어 전 총리 부부는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으로 향후 매각할 경우 소득세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눈길을 끄는 인물로는 콜롬비아 출신의 팝스타 샤키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숨겨진 연인으로 알려진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대통령 등도 이름을 올렸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사진=로이터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