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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전략, 필패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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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전략, 필패 이유 3가지

소넨펠드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 연구 논문서 주장

제프리 소넨펠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제프리 소넨펠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유튜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EU가 수입해 쓰는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온 약점을 파고 든 조치로 EU 입장에서는 실제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EU를 압박하는 무기로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전략을 언제까지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결과 장기적으로 피해를 입는 쪽은 EU가 아니라 러시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러 ‘에너지 수출 무기화’,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은 전략


소넨펠드 교수가 예일대 경영대학원 학술지 예일 인사이츠에 최근 올린 보고서. 사진=예일대이미지 확대보기
소넨펠드 교수가 예일대 경영대학원 학술지 예일 인사이츠에 최근 올린 보고서. 사진=예일대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은 세계적인 사회과학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에 올린 연구 논문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를 무기로 삼으려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이유를 대략 세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로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무기로 삼아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얻는 것보다 에너지 수출을 무기화한 결과 러시아 입을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일으킨 전쟁 때문에 전세계 에너지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확산돼 있으나 우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가 피해를 입는 것보다 러시아가 입는 피해가 장기적으로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유로존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만큼 EU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같은 행보는 장기적으로는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U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에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의 수출선을 늘리거나 새로운 수출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

예일대 연구팀은 단적인 예로 EU가 러시아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이고 오는 2027년까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거론했다.

◇러 침공 사태 장기화로 러시아 경제 피폐


논문이 두 번째로 지적한 대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다섯달째로 접어들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러시아 내에서 그동안 집계돼온 통계와 각종 경제 지표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대거 철수하고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계속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무너질 위험에 이르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러시아 경제가 아직 대외적으로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수출로 벌어들인 재정으로 각종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고 외환 시장을 통제해 루블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펼 수 있는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녹록치 않은 아시아 시장


러시아가 유로존에 천연가스를 공급하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대안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딘가 수출하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

러시아가 믿는 구석은 아시아 시장이다. 특히 수입 규모가 큰 중국과 인도가 그렇다. 그러나 러시아가 의도한대로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논문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유로존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줄인 결과 발생하는 피해를 다른 시장에서 메꿔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큰 문제는 제값을 받고 수출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러시아는 수입 규모가 큰 중국과 인도로 눈을 돌리고 싶겠지만 이들 나라의 바이어들은 유럽과는 달리 거래선이 다양할뿐 아니라 가격 협상에 매우 능하기로 악명이 높다는 것. 러시아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아야 하는 입장인데 이런 식으로 가면 채산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특히 중국의 경우 과거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처럼 심각한 국가 위기를 겪은 나라들과 원유 수입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출국의 입장이 불리한 점을 악용해 무지막지한 수준으로 가격을 후려친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연구팀의 지적은 최근 상황과 일치한다. 최근 러시아 원유의 중국과 인도 선적량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점 대비 3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공급분을 아시아가 전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